뜨거운 복수

프롤로그
1~11
에필로그

“어떻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
서화는 침착하려 애쓰며 물었다.
“넌 어제 약을 먹었어.”
“뭐라…… 고요?”
“걱정 마. 내가 먹인 건 아니니까. 약을 먹인 건 어제 널 데려간 그놈이었어.”
의문 가득한 그녀의 눈빛을 읽은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그런데 어떻게 나와 이렇게 됐냐고 묻고 싶은 거겠지?”
“그래요.”
“네가 날 놓아주지 않았으니까.”
“좀 더 자세히 말해 줄 수 없나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어제 그 자식이 건넨 샴페인에 약이 들어 있었어.”
그녀는 샴페인을 먹은 후 제 몸이 전 같지 않았던 걸 기억해냈다. 정말 이상했다. 하지만 그게 약 기운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단지 그를 만난 충격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었다.
“당신이 그렇게 떠나고 얼마 후에, 혹시나 싶어 당신의 뒤를 밟았지.”
“내 뒤를요?”
“정확히는 그 자식의 뒤. 그 자식이 소문이 좋지 않다는 걸 내 부하 중 한 명이 알고 있었거든.”
“그럴 수가…….”
“그래서 호텔 방에 들어와 보니 당신은 약에 취해 잠들어 있더군. 남자는 정신도 없는 당신을 덮치려고 했고 말이야.”
그녀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무 놈이나 가리지 않고 논다는 건 익히 들었지만 그래도 사람을 좀 가려 가면서 놀았어야지.”
“…….”
“아니면, 혹시 내가 당신의 좋은 시간을 뺏은 건가?”
그녀는 다시 한 번 기억하려 애썼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젓자 그가 미소를 지었다. 섹시하면서도 차가운 미소였다.
“첫 재회가 엉망이군.”
그가 다가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 주었다.
“구해 준 것도 기억 못하고 말이야.”
“하지만 아무것도 기억이…….”
“하긴.”
그가 그녀를 노려봤다.
“우리의 마지막도 엉망이었으니 재회가 아름답길 바란 건 내 욕심이겠지.”
우리의 마지막.
그녀는 가슴이 아픈 듯 미간을 좁혔다.
“그땐, 그때는…….”
그녀는 그때의 기억이 고통스러운 듯 기억하지 않으려 애썼다.
“어차피 다 지난 일이지. 난 이미 잊은 지 오래야.”
그가 그녀의 뺨을 감쌌다.
“지금이 중요하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다시 만난 이 순간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