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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열

백열

정은숙 (지은이)
  |  
우신(우신Books)
2015-06-10
  |  
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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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열

책 정보

· 제목 : 백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1708
· 쪽수 : 544쪽

책 소개

정은숙의 로맨스 소설. 사냥꾼의 딸 여지. 그리고 눈사태 속에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 사랑해선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사랑해 버렸다. 바보처럼, 그의 맹세를 믿어 버렸다. 하지만 그녀를 버리고 떠난 사내는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는데…

목차

一章. 설산에서 만나다
二章. 먹이 사슬
三章. 두 사람
四章. 귀환
五章. 갈증
六章. 탐애(貪愛)
七章. 입궁
八章. 발각
九章. 세 사람
十章. 역습
終章
외전. 친적(親敵)

저자소개

정은숙 (지은이)    정보 더보기
아무것도 상상하지 않는 삶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출간작 : [뒤바뀐 남편], [뒤바뀐 남편 (무삭제판)], [술 먹으면 미녀], [Deep], [칸과 나], [도깨비 신부], [뜨거운 것이 좋아], [홍염], [청홍], [복종], [참을 수 없어], [왕의 마녀], [위험한 계약], [블랙 데이의 맞선남], [키스데이의 짐승], [무일 (無日) (홍염 외전)], [완월], [백열]
펼치기

책속에서

“내가 좋으냐?”
태휼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자 여지가 흠칫 몸을 굳혔다. 정직한 반응에 그는 간신히 웃음을 삼켰다.
“따, 딱히 그,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딱히 그런 건 아니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여지가 잠시 말을 끊었다가 이윽고 중얼거렸다. 어느샌가 세찬 눈보라도 거짓말처럼 잠시 멎었다. 마치 두 사람을 위해 준비한 무대처럼 사방이 조용해졌다.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고요 속에 그녀의 속삭임은 눈사태가 밀려오는 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산중에 남자라고는 아버지 말고 당신밖에 없으니까. 그리고 당신은 굉장히 잘생겼고요.”
“큭.”
이토록 순진한 고백이 어디 있을까.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다짜고짜 당신을 사랑해요, 라고 매달렸다면 오히려 의심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의 절박한 처지보다 그녀의 진정이 더 크게 다가왔다.
“너도 아름다워.”
“정말? 내가 아름다워요?”
“응. 하도에만 가도 네 앞에 남자들이 줄을 설 거야. 아니, 청완에서도 너 같은 미인은 보기 힘들걸. 네 눈은 정말 신기해. 보면 볼수록 빨려 들 것 같다.”
“거짓말!”
“거울에 네 얼굴을 비춰 본 적이 없나 보군. 아니면 네 또래의 여자를 본 적이 없나?”
“음, 그건…….”
여지가 문득 태휼을 돌아봤다. 불빛을 반사한 그녀의 눈이 마치 언젠가 봤던 만화경처럼 다채로운 색깔로 빛났다. 그 순간, 태휼의 심장이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이런…….’
빨려 들어갈 것 같다느니,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느니 하는 말에는 사실 어느 정도 소녀를 위한 위로가 배어 있었더랬다. 그런데 이 순간, 자신이 내뱉은 말이 그대로 그에게로 돌아왔다.
고요한 산중,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듯한 적막 속, 온 세계에 오직 두 사람만 남은 것 같다. 그리고 그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두 눈동자.
숨이 막힌다는 말이 실감 난다. 지금 이 순간, 태휼의 호흡은 멎었다. 그 대신 뜨거운 욕망이 배 속 아래서부터 소용돌이치며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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