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 : 깊이 빠져들다

01~23

에필로그

“그럼, 저한테 마음 있으세요?”
이렇게 물으면 당연히 싸늘하게 얼굴 굳히며 내칠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이 남자, 아무 말이 없다. 싸늘하게 얼굴이 굳은 것까진 맞았는데 내치기는커녕 도리어 허리에 두르고 있는 팔에 힘만 가해질 뿐이었다.
“마음이라…….”
“……!”
“잘 모르겠군. 하지만 이거 하난 알겠어.”
허리를 감고 있던 그의 한쪽 손이 천천히 그녀의 등줄기를 쓸어내렸다. 흠칫. 그의 손가락 움직임을 따라 오소소 솜털이 곤두서며 통제 못 할 짜릿함이 온몸을 휘감아 들었다.
“지금 뭐 하자는 거죠?”
서희가 굳은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과 난, 서로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화학반응을 일으킨다는 거지.”
오는 길에 받은 보고서에 의하면, 이 여인은 진서희랬다. 몰락한 진서 그룹의 무남독녀. 자세한 내용은 아직 조사하지 못했다며 몇 가지 사항만 전해 들었지만, 품에 안은 이 여인이 유년 시절 기묘한 느낌만 남기고 사라졌던 그 꼬맹이란다.
그것을 알고 나니 모든 것이 더 혼란스러워져 버렸다.
하지만 이 혼란스런 와중에도 육체적인 반응은 걷잡을 수 없이 미친 듯 흘러넘쳤다. 이 정도로 강렬한 욕망을 느껴 본 적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건 오로지 한 가지, 그저 이 여인이 탐난다는 것. 한번 갖고 나면 사라질 욕망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녀를 원했다.
그의 작은 손길 하나하나에 흠칫흠칫 반응하는 여인, 이 정직한 반응이 더 그의 욕망에 불을 지른다.
“지, 지금 당신이 하는 짓이…… 성추행이란 거 알아요?”
왜 모를까. 그런데도 통제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그의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움찔거리는 그녀의 모습이 더욱 그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
거부할 수 있으면 해 보라는 듯 그는 끌어안고 있던 손을 풀어 가만히 그녀의 얼굴만을 감싸 안았다. 그리곤 영혼이 엉켜드는 깊은 키스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서로의 호흡이 끊어질 듯 거칠어졌을 때야 입술을 뗐다.
“당신도 날 원해.”
마치 증명을 위해 키스를 했다는 듯한 말투. 온몸으로 열기를 더해 가던 서희는 그 말 한 마디에 마치 찬물을 뒤집어쓴 듯한 기분을 맛봐야 했다.
“그러네요. 경험이 많으신가요? 확실히 테크닉이 좋으시네요. 내가 경험해 본 키스 중 단연 톱클래스에 들 만큼이요.”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