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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1883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二章. 겨울이 오다
三章.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四章. 홍매화가 필 무렵
五章. 공모령의 귀환
六章. 몽니
七章. 어떤 초야
八章. 괴리, 괴이
九章. 괴변
十章. 폭풍 전야
十一章. 파국
十二章. 화마, 과거의 기억 속의 연상
十三章. 전황
十四章. 동월궁에서, 다시 황궁으로
十五章. 국혼식
종막(終幕)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대가 올 수 없다면, 짐이 가면 되겠는가. 그대가 원한다면 후궁들이야 모두 내보내 버리면 될 것이다. 친왕들이 뭐라 하건 짐에겐 그대만 있으면 된다. 그것조차 불가하다면, 짐이 황제가 아니면 되겠는가?”
“폐하.”
“화란, 짐은 아직 그대를 원해. 그대는 내 곁에 있어야 한다.”
천의 말에 화란은 더욱 숨이 막혀 왔다. 천을 사모한다. 그를 갈망한다. 하나, 그를 타인과 공유하고 싶진 않다. 그 당연한 운명을 거부하고 싶었다.
“저는 황상께 누를 끼치고 싶지 않습니다. 한때 황명에 의해 궁에 들었으나 황궁은 저를 가두는 감옥 같았습니다.”
“그럼 그대가 황후가 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
화란은 바싹 입이 말랐다. 황후라니?
황후를 꿈꿔 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엔 너무 뜬금없었다. 어쩌면, 천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겠다 생각했다.
천의 확고한 명이 들려왔다.
“짐은 그대와 함께 돌아갈 것이다.”
“황상!”
“화비는 내게 토를 달지 마라! 지체할 시간이 없어! 짐은 그대를 데려가 황후로 만들 생각이다!”
“황상, 그럴 수는 없습니다. 황후라니요? 제가 정녕 그것을 바란다 여기십니까?”
“화비가 그럴 리 없다 해도 짐은 그대가 욕심을 부렸으면 한다. 화비도 짐을 온전히 소유하겠다는 욕심을 부리도록 해라. 이것은 명령이다.”
화란은 허탈해하며 웃었다.
“황상, 소첩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황제가 무릇 한 여인에게만 머물 수 없다는 것도 잘 압니다.”
“짐은 화비를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다. 그대에게 시선을 두는 자가 있다면 그들의 눈알을 모조리 뽑아 으깨 버리고 싶었다. 짐은 그대를 은애하니까.”
화란은 천의 진심에 마음이 동했다. 그의 말이 거짓이라 해도 믿고 싶어졌다.
“하지만 황상은 현국의 천자이십니다. 제게 이런 말을 하신 것을 후회하실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를 원하지 않는 건가, 화비?”
더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천이 팔을 벌리자 화란은 홀린 듯 다가가 그의 품에 안겼다.
그에게서 버림받을까 봐, 그가 다른 여인들을 원할까 두려워 도망쳤던가.
“돌아가자, 화비.”
화란은 흐느끼듯 울음을 터트렸다.
“안심해라. 짐이 왔으니.”
화란은 그의 안온한 품에 얼굴을 묻었다. 진짜 천이 왔다. 정말로 그가 왔다.
그녀는 한참이나 그에게 매달려 울었다. 나중엔 자신의 형편없는 몰골도 잊고 그렇게 울다 지쳐 쓰러졌다.
“화란.”
하지만 천의 옷깃을 부여잡은 손길만은 놓지 않았다.
“이젠 가지 말아요.”
화란의 속삭임에 천도 화답했다.
“가지 않는다. 짐은 그대의 곁에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