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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1975
· 쪽수 : 384쪽
책 소개
목차
에필로그
한강석, 이규현으로 태어나다
작가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윤이경! 아무 생각 말고 그냥 살아. 좋으면 좋은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그렇게 살아. 날 밀어내려고 하지 말고 애쓰지도 마. 그냥 지금 윤이경의 삶을 즐기면서 살아. 필요하면 날 이용하기도 해. 쓸데없이 복잡한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삶을 즐겨. 부탁이야.”
이경이 지그시 아랫입술을 깨무는 게 보였다.
“나 말이야, 절대 절대 윤이경의 삶에서 빠질 생각이 없어. 그렇다고 뭘 원하는 건 아니야. 물론 윤이경이 나랑 같은 시선, 같은 마음이라면 더 바랄 게 없겠지. 하지만 지금 이대로도 좋아. 충분해.”
진심이었다. 이렇게 이경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이경의 가까이에 있는 것만으로도 규현은 충분했다.
“내가 행운이라고 했지? 앞으로도 쭉 난 윤이경의 행운이 될 거야. 그러니까 날 밀어내지 마. 날 밀어내면 불행이 찾아올걸?”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이경은 웃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내린 채 조용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이경아!”
이경을 부르는 규현의 목소리가 간절했다.
“기대 줘. 의지해 줘. 그거면 돼. 그거면 충분해.”
내내 시선을 내린 채 앉아 있던 이경이 눈을 들어 규현을 담았다.
“나는, 나는요.”
이상하게 규현은 이경이 입을 열면 그 입을 막고 싶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하고 싶다. 두려웠다. 그녀의 입에서 나올 말이.
“겁이 나요. 자꾸 당신한테 가는 내 마음 때문에 난, 난 정말 겁이 나요.”
“이경아…….”
“미안해요.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미안하다는 말이 다예요.”
눈빛도 차가웠다.
“난 당신 의지하지도 않을 거고, 기대지도 않을 거예요. 이제부터는 내게 다가오려는 당신한테 모질게 대할 거고 상처도 줄 거예요. 그러니까 더 이상 다가오지 말아요.”
말을 잇기가 힘든 듯 마른침을 삼킨 이경의 입이 다시 열렸다.
“규현 씨 좋아했던 거…….”
규현이 피식 웃으며 이경의 말을 잘랐다.
“아니, 지금도 넌 날 좋아해.”
정곡을 찔린 듯 이경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래요. 난 지금도 규현 씨를 좋아해요. 그래서 더 아프고 힘들어요.”
이경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말했죠? 남편이 죽는 날 약속했다고. 그 약속 지키고 싶어요. 날 정말 좋아하면, 날 정말 아낀다면 부탁해요. 날 그냥 내버려 둬요. 흔들지 말아 줘요.”
규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그러지 않을 거야. 난 네 옆에 있어야만 숨이 쉬어지거든.”
진심이었다. 규현의 진심이 이경의 눈에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