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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29822613
· 쪽수 : 496쪽
책 소개
목차
1부 1~9편
2부 1~9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대는 생모의 태중에 있을 때부터 짐의 약혼녀였다. 당연히 그대는 짐의 것이지. 짐은 그대와 성혼할 것이다. 짐의 황후는 그대뿐이다.”
“나는…….”
힐데는 귀로 듣고 나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분노로 그득했던 아까와는 달리 흔들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고, 눈을 질끈 감았다가 뜨면서 다시 입술을 열었다.
“나는 교황이에요. 성혼하지 않을 거예요. 더군다나…… 당신과는.”
“그대가 짐을 사랑하게 되면 생각은 달라지겠지.”
힐데는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내뱉고 싶었으나, 잊고 있던 신탁이 다시금 수면 위로 솟구쳤다.
이 세상을 위해서 이 사내를 사랑해야 한다.
“신탁을 어길 생각인 건 아니겠지? 그대는 교황이기 때문에 반드시 신탁을 수행해야 한다. 결계를 복구하는 여행에도 짐을 동행해야 하지.”
힐데는 다시 마른침을 삼킨 뒤 칼렙을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여행 중에 절대 제 몸에 손대지 않겠다고 맹세해 주세요.”
“맹세하지.”
칼렙이 너무도 쉽게 수락하자 힐데는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인가요?”
“힐데, 맹세한 이에게 그렇게 되물어서는 안 된다. 그건 상대를 믿지 못한다는 뜻으로, 모욕과 다를 바 없다. 결투 신청을 받을 수도 있지.”
“모욕하는 건 아니지만, 저는 폐하를 믿을 수 없습니다.”
칼렙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모욕으로 들리지만 다시 답을 주겠다. 여행 중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대가 위험에 빠졌을 경우와 그대가 짐을 바랄 때는 제외하지.”
“제가 폐하를 바랄 일은 없을 겁니다.”
“사랑한다면 바라는 게 당연하지. 사랑하지 않더라도 원초적인 욕망 때문에 짐을 원할 수도 있겠고. 그런 경우도 환영이다. 단, 어떤 경우이든 그대가 먼저 손을 내민다면 그 뒤부터 이 맹세는 소멸한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결코.”
“그렇게 쉽게 내뱉는 게 아니다. 인생이라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니까.”
순간 칼렙의 얼굴이 쓸쓸해 보였다.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예상치 못한 호기심이 일었으나, 힐데는 궁금증을 내리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