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좀! 합시다

1~23

“이리 와요.”
여름이 하영의 손목을 잡은 채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그 순간 여름에게 끌려 거실로 나가던 하영은 알 수 없는 기분에 훅, 숨을 들이쉬었다. 지금 여름은 하영이 다쳤다는 사실 하나만 생각하느라 계속 하영의 팔을 잡고 있는 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하영은 자신의 팔목을 잡은 그의 커다란 손을 보는 순간 갑자기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여기 앉아 있어요. 약 찾아올게요.”
하영을 소파에 앉게 한 여름이 거실 서랍장에서 약 상자를 들고 와 하영 앞바닥에 한쪽 무릎을 대고 몸을 굽혔다.
“누나가 가져다 놓은 약인데, 애들 데었을 때 바르니 잘 들었어요.”
“약까지 안 발라도 괜찮아요.”
“아니에요. 팔 이렇게 해 봐요.”
여름이 하영의 손목을 잡고 면봉에 약을 짜서 살살 상처 위에 발랐다.
“날도 더워서 덧나면 더 힘들어요.”
여름의 말을 들은 하영이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영의 눈앞에 여름의 옆얼굴이 있었다. 어릴 때부터 늘 봐 왔던 오빠들인 윤혁이나 시준도 상당히 선이 굵은 남성적인 스타일이었지만, 여름은 그 두 사람보다 훨씬 더 키도 크고 체격도 좋았다. 그런데 여름의 옆얼굴은 윤혁이나 시준보다 훨씬 부드러운 느낌이었다. 하영의 시선이 천천히 여름의 얼굴을 훑고 있었다.
“물 안 들어가게 조심해야……!”
약을 다 바른 여름이 조심하라는 얘기를 하며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 바로 코앞에 있는 하영의 얼굴에 놀라 멈칫했다. 하영의 큰 눈이 여름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