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망

해브 어 굿 타임
투망(投網)
장진주사(將進酒辭)
은사시나무는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왈츠를 추실까요
아버지의 의자
목련화
레이스 모자를 쓴 노파
그가 남긴 이름
겨울 무지개

해설 - 남루한 생을 껴안는 따뜻한 시선 / 백지연

늘 답답하고 외로웠어요. 어디선가 낮게 웅얼거리는 말소리가 들렸다. 누구의 음성인지 생각해내려는 순간 이해할 수 없는 힘이 그의 팔을 잡아당겨 담 밖으로 칼을 훌쩍 던져버리게 했다. 어느 돌 모서리에 맞았는지 칼은 새벽 공기 속에서 쨍그렁 소리를 냈다. 곧이어 탄성을 지르며 수많은 그물코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소리가 났다. 그의 의식 한 가닥이 맑은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 '투망' 중에서

순간 외투는 온데간데없고 난데없이 무지개가 펼쳐진다. 무지개는 어둠 속에서 찬란한 광채로 주위를 환하게 밝히면서 조금씩 조금씩 멀리 퍼져나가고 있다. 눈부신 빛의 가닥들이 점점 가까이 다가와 마침내 내 몸에까지 닿는다. 온몸이 황홀한 빛 속에 감싸지자 갑자기 뱃속에서 뭔가 꼼지락거리기 시작한다. 그것은 느리고 약하지만 분명 필사적인 움직임이다. 황홀한 빛과 함께 새로운 생명이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간절한 몸짓, 이것도 다만 착각일까? 어쩌면 오물처럼 제거될 뻔했던 태아의 움직임 또한 나의 착각에 불과한 걸까? - '겨울무지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