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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만화 > 그래픽노블
· ISBN : 9788930100267
· 쪽수 : 5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 기쁨은 파티가 끝나고 내가 호텔로 돌아와 비로소 나 혼자가 되었을 때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다. 그 기쁨은 사진술에서 느끼는 기쁨과도 같은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대면하고 있을 때는 그저 '찰칵'하고 네거티브 필름만 찍은 셈이어서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서야 현상을 할 수 있고,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닫혀져 있는 내 안의 암실에 홀로 들어앉아 있을 때라야 비로소 차분히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교계 모임 중에 우리의 이름이 주인의 입을 통해 소리 높이 고해지는 순간, 그것도 엘스티르와 같은 인물에 의해서 이름이 고해질 때, 마치 동화 속 요정이 대번에 사람을 다른 모습으로 바꾸는 것과도 같은 이 엄숙한 순간에, 우리가 그토록 곁에 있고 싶어하던 사람은 일시에 우리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법이다.
아가씨에게 접근을 해서 궁금했던 것들을 점차로 알아 가는 동안, 아가씨에 대한 인식은 마치 뺄셈처럼 이루어졌다. 내가 가장 먼저 수정해야 했던 것은 그녀의 이름과 가족상황에 관한 것이었다. 다음으론 사근사근해 보이는 아가씨의 성격에 관한 것이었다. 마침내 나는 이 아가씨가 말할 때마다 '아주'란 단어 대신 '완전히' 란 부사를 쓴다는 사실을 알고는 놀랐다.
"그 여잔 완전히 미쳤어요. 하지만 마음은 아주 착한걸요"
'완전히'란 말이 귀에거슬리기는 했지만, 이 말은 자전거 선수 차림에 골프에 미쳐 있을 정도로 끼가 있고 톡톡 튀는 여자라고 여겼던...
"그 사람은 완전히 진부하고 완전히 따분한 사람이예요..."
이 아가씨가 어느 정도의 지식과 교양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었다.
나는 알베르틴과 처음으로 대면했을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녀의 눈 밑에 있는 점을 머릿속으로 그려 보는 순간, 그날 저녁 마침내 그녀가 엘스티르 씨 댁을 떠나는 무렵 그녀의 턱 위에서 점을 보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나중에 알베르틴을 다시 만날 때마다, 그녀가 얼굴에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확하지 않은 나의 기억 때문에 언제나 점의 위치가 달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