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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1006940
· 쪽수 : 321쪽
책 소개
목차
먼 바다, 푸른 숨
그 여름 비
환절기
겨울소나타
고요한 가족
유배지에서
흔적
어느 날 갑자기
그리고 또 n은
혜자 - n의 소소한 기록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어제와 똑같이, 그저께 이 시각과 똑같이 김 선생은 흡입기를 소독하고, 아내 엉덩이의 기저귀를 갈고 따뜻한 물수건으로 아내 몸을 닦아주었다. 식염수로 몸 여기저기 욕창을 세정한 뒤 옷을 갈아입히고 공기매트리스 시트를 간 다음 아내를 뉘였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아내 코밑 가까이 자기 뺨을 가져가 가늠해보았다. 숨결은 먼 바다 같아 바닥을 알 수 없었다. 어제와 똑같이, 아니 지나온 많은 날 매끼니 해온 대로 아내 입을 벌려 기도로 넘어가지 않게 조심하며 미음을 흘려 넣어줬다. - 먼 바다, 푸른 숨
돈은 아무나 버는 게 아닌 것이다. 돈이 돈을 벌며 그 다음은 돈을 사랑해야 돈이 내 것이 된다. 윤기의 옳은 말이었다. 진심으로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사랑해야 되었다. 철면피를 하고 세상의 경멸과 수모를 받을 각오와, 목숨을 바칠 준비가 돈을 위해 돼 있어야 한다. 진정한 사랑이란 그렇지 않은가. 돈을 위해 나를 희생하고 바쳐야 한다. 삶을 사랑해야 삶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듯, 상대를 진심으로 절박하게 구해야 자기에게 온다. - 환절기
강물은 흐름을 멈춘 듯 금빛 은빛 주홍빛 검정물빛의 비늘을 번갈아 무수히 달고 제자리에서 반짝였다. 반짝이는 의미 역시 성재는 알 수 없었다. 의미 따위는 없을 것이다. 강물은 강물이 만들어진 그날에도 그랬을 것이다. 크고 작은 수많은 생명이 저 안과 밖에서 솟고 무너진다. 아주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면면이 계속되어왔다. 그저 다만. - 유배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