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1007671
· 쪽수 : 28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 배나무가 되고 싶어…… 꽃을 피우고 있는 어떤 나무라도 되고 싶어! 세상의 시작을 노래하며 입을 맞춰주는 벌들이 함께 해주는! 그녀는 열여섯 살이었다. 그녀에게는 반짝이는 잎과 막 벌어지고 있는 꽃봉오리가 있었고, 그녀는 삶과 씨름하고 싶었지만 삶은 그녀를 피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를 위해 노래해주는 벌들은 어디에 있을까? 그곳과 할머니의 집 안에 있는 그 어느 것도 그녀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지 못했다. 그녀는 현관 계단 꼭대기에서 세상을 최대한 구석구석 살펴본 다음 현관으로 내려가서 몸을 내밀고 길 위아래 쪽을 바라보았다. 바라보고, 기다리고, 조바심으로 가쁜 숨을 쉬며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기다렸다.
“당신이 내 말을 듣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어요. 당신은 모든 것을 바꾸지만 어느 것도 당신을 바꾸진 못하니까요…… 죽음조차도요. 그러나 나는 여기서 나가지도, 조용히 입 다물고 있지도 않을 거예요. 아니, 당신도 죽기 전에 한 번은 내 말을 들어요. 평생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짓밟고 짓이기고 했으면서 그런 말을 듣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거죠? 잘 들어요, 조디. 당신은 나와 함께 도망쳤던 그 조디가 아니에요. 당신은 그가 죽고 남겨놓은 것이에요. 나는 당신과 멋지게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 도망쳤어요. 그러나 당신은 있는 그대로의 나에게 만족하지 않았어요. 그랬어요! 당신 마음이 내 안에 들어올 자리를 만들기 위해 내 자신의 마음은 미어터지려 했어요.”
초라하고 부루퉁한 표정을 지은 흑인 남자들과 백인 남자들은 감시를 받으며 계속 시체를 찾고 무덤을 파야 했다. 백인 묘지터에 커다란 웅덩이를 파고 흑인 묘지터에는 커다란 도랑을 팠다. 시체들을 받자마자 그 위에 생석회를 듬뿍 뿌려야 했다. 매장해야 될 때가 오래전에 지난 시체들이었다. 남자들은 최대한 신속하게 시체들을 묻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러나 간수들이 그들을 중지시켰다. 그들이 수행해야 할 명령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어이, 거기, 너희 모두! 시체들을 그렇게 구멍 안에 마구 던지지 마! 마지막 사람까지 꼼꼼히 검사해서 백인인지 흑인인지 가려내.”
“그들을 그렇게 천천히 다루라고요? 세상에! 이렇게 시체가 된 상황에서도 그들을 검사하라고요? 피부색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가요? 서둘러서 그들 모두를 묻어야 한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