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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전 일본소설
· ISBN : 9788931010152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중국의 고담
산월기
이릉
제자
영허
명인전
우인
요분록
문자화
호빙
식민지 조선의 풍경
범 사냥
순사가 있는 풍경 -1923년의 한 스케치
풀장 옆에서
해설
연보
리뷰
책속에서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내가 가진 약간의 재능을 다 허비해버렸던 셈이다. 인생이란 아무것도 이루지 않기에는 너무나 길지만 무언가 이루기에는 너무나 짧다는 둥 입에 발린 경구를 지껄이면서도, 사실은 부족한 재능이 폭로될지도 모른다는 비겁한 두려움과 각고의 노력을 꺼린 나태함이 나의 모든 것이었다. 나보다 훨씬 재능이 부족한데도 오로지 그것을 열심히 갈고닦아서 이제는 당당한 시인이 된 자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호랑이가 되어버린 지금에야 나는 겨우 그것을 깨달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 나는 지금도 가슴이 타는 듯한 후회를 느낀다. -〈산월기〉 중에서
그러나 궁형은, 그 결과로 이렇게 되어버린 내 몸의 모습이라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같은 불구라도 다리가 잘리거나 코가 잘린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이다. 이것만은, 신체가 이러한 상태라는 것은 어떠한 각도에서 보아도 완전한 악이다. 말을 둘러댈 여지가 없다. 마음의 상처뿐이라면 세월이 지나면서 치유되기도 할 터이나, 내 신체의 추악한 현실은 죽을 때까지 지속할 것이다. 동기가 어쨌거나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은 결국 ‘잘못되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어디가 잘못되었나. 나의 어디가? 어디도 잘못되지 않았다. 나는 바른 일밖에 하지 않았다. 굳이 말하자면, 단지 ‘내가 있다’는 사실만이 잘못된 것이다.-〈이릉〉 중에서
처음에는 참으로 천하고 우습게만 비치던 호지의 풍속이, 이 땅의 실제 풍토와 기후 등을 배경으로 생각해보면 결코 천하지도 불합리하지도 않다는 것을 이릉은 점차 이해하게 되었다. 두꺼운 가죽의 호복(胡服)이 아니면 북방의 겨울을 견디기 어렵고, 육식이 아니면 호지의 추위를 견뎌낼 힘을 얻지 못했다. 고정된 가옥을 짓지 않는 것도 그들 생활 형태에서 비롯된 필연으로, 무조건 저급하다고 비방하는 것은 잘못이다. 한인의 풍습을 끝내 지키려고 한다면, 호지의 자연 속 생활은 하루도 지속할 수가 없다. -〈이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