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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동양철학 > 도가철학/노장철학 > 장자철학
· ISBN : 9788931580945
· 쪽수 : 25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Ⅰ.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에서 나비가 되는 꿈을 꾸다 - 우언(寓言)에 담긴 철학적 지혜
프롤로그: ‘샹그릴라’는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있다
제1장 인간이 직면한 존재와 상황의 딜레마 -‘재(材)’와 ‘부재(不材)’ 사이에서
제2장 집착하는 삶과 끌려가는 삶 - 망량이 경에게 묻다(罔兩問景)
제3장 나와 세상 만물(人我), 서로 마음이 통하다 - 호량지변(濠梁之辯)
제4장 세상의 꼬인 매듭을 풀다 - 포정이 소를 해체하다(庖丁解牛)
제5장 삶의 교차와 성장 - 장자가 나비의 꿈을 꾸다(莊周夢蝶)
제6장 인생의 본모습을 꿰뚫어보다 - 신통한 무당 계함(神巫季咸)
제7장 혼돈(混沌)을 뚫어서 깨뜨리다 - 혼돈의 죽음
제8장 숙산무지(叔山無趾)의 미몽(迷夢)과 깨달음 - 발뒤꿈치를 끌며 공자를 만나다
제9장 방내, 방외에서 함께 노닐다 - 도(道)의 세계에서 서로를 잊다
Ⅱ. 인간 세상에서 한가로이 노닐다 -《장자》를 읽으며 인생을 말하다
프롤로그: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고전을 우리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다
제1장 바쁘고(忙), 막막하고(茫), 불투명한(盲) 삶의 고통에서 벗어나다
제2장 나의 삶은 유한하지만 세상은 복잡하다 - 존재의 딜레마
제3장 ‘사물(物)’의 유한함으로 ‘마음(心)’의 무한함에서 노닐다
제4장 허이대물(虛而待物), 자기 자신의 삶을 살아라
제5장 허정(虛靜)과 관조(觀照)를 통해 진실함과 아름다움을 비추다
제6장 자유롭고(自在) 자득(自得)한 가운데 본연(然)의 모습을 찾다
제7장 자신의 참됨(眞)으로써 삶을 아름답게 즐겨라
제8장 ‘유(有)’와 ‘무(無)’의 생명의 지혜
리뷰
책속에서
이처럼《장자》는 우언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우언의 주인공은 공자와 노자, 안회와 자공(子貢, B.C. 520?~456?) 등 중국 역사의 중요 인물들로서 장자의 입을 대변하고 있다. 비록 그들의 입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은 장자 본인의 사상을 전달하고 있다. 《장자》전체의 90%에 달하는 우언 가운데 중요 인물들의 입을 빌려 한말은 70% 정도이다. 우언 가운데는 중언도 있는데, 우언이든, 중언이든 모두 치언이어서 거짓됨이 없다. 치언은 마치 깔때기를 통해 쏟아지는 물처럼,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말(童言)처럼 참된 말이다.
요즘처럼 경제가 발전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술을 살 때도 한 병씩, 심지어는 한 항아리씩 사야 했다. 주막에 가서 술을 주문하면 주인이 깔때기를 병이나 항아리 주둥이에 꽂은 채, 큰 술독에서 술을 바가지로 퍼 옮겼다. 깔때기를 통과한 술은 그 즉시 항아리 안으로 쏟아져 들어갔는데, 이것이 바로 ‘치언일출 화이천예’이다. 유년기의 천진난만함은 마치 깔때기를 통해 항아리 안으로 쏟아져 들어가는 천도의 순진(純眞)함, 즉 순수하고 꾸밈이 없는 모습과도 같다.
오늘 ‘무하유지향’에 몸을 맡긴 채 나비로 변하는 꿈을 꾸어보는 것도 좋겠다. 마음을 비우면 우리가 어디에 있든 그곳이 바로 ‘무하유지향’이기 때문이다!
- <프롤로그> 중에서
이 이야기는《장자》제20편 ‘산목(山木)’편에 나온다. 어느 날 제자들과 함께 숲 속을 거닐던 장자는 산꼭대기에서 아름드리나무 한그루를 발견했다. 가지와 잎이 보기 드물게 무성한 것이 마치 신목(神木) 같았다. 때마침 그곳에는 벌목공들이 모여 적당한 나무를 물색하면서 그 거대한 나무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다들 쳐다보기만 할 뿐 그 나무를 자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장자는 매우 궁금해 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여보게. 자네들은 좋은 재목감을 구하러 온 사람들 아닌가? 그런데 적당한 나무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왜 보고만 있는 것인가?”
벌목공이 대답했다.
“이 나무를 한번 보시지요. 무척이나 크고 굵지요? 그건 이 나무가 쓸모없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만약 쓸모가 있었다면 진작 베어졌을 테지요.”
이 말을 들은 장자는 옆에 서있는 제자들에게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도 이 나무를 한번 보아라. 이 나무가 어떻게 해서 베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남아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었겠느냐? 바로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목감이 아니기 때문에 이 나무는 무용지물이다. 중국 푸젠성(福建省)의 남부 지방인 민남( 南) 사람들은 흔히 ‘사용할 길이 없다(無路用)’라고 이야기하는데, 역시 의미는 비슷하다. 이런 재질의 나무는 그야말로 아무데도 쓸모없는 잡목이다.
- <숲의 나무가 살아남은 이유는? 쓸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에서
《논어》에는 속세를 등지고 깊은 곳에 숨어사는 은자(隱者)에 관한 기록이 있다. ‘은(隱)’은 칼을 품에 넣어 빛을 감춘다는 뜻이다. 포정은 음악의 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소의 몸을 하나씩 해체해나갔다. 소는 피도 흘리지 않았고, 구슬픈 비명도 지르지 않았으며, 고통도 느끼지 않았다. 군왕은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외쳤다.
“짐이 오늘에서야 비로소 두 눈을 뜨게 되었다. 사람의 기예(技藝)가 이런 경지에 이를 수도 있구나!”
하지만 포정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나빠져서 반박했다.
“신(臣)은 도(道)를 좋아할 뿐입니다. 기예보다 앞서는 것이지요! 신은 평생 ‘도’를 구현하고자 애써왔지, 기예를 선보이려고 한 적이 없습니다. 왕께서는 신이 엉뚱한 기교를 부린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신을 천왕(天王)이나 천후(天后) 수준의 인물이라고 여기십니까?”
물론 그렇다! 여기에서 ‘천(天)’을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천도라고 한다면, 천도를 구현하는 존재는 천왕 또는 천후일 것이다. 진정한 천왕과 천후는 단 한 명뿐이다. 바로 소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이치를 보여준 포정이다. 그는 ‘소리가 없는 소리’를 내는 천뢰(天籟, 하늘의 자연현상에서 나는 소리-역자 주)를 노래했다.
- <‘도축’이 아닌 ‘해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