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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8026
· 쪽수 : 262쪽
책 소개
목차
돼지우리
삼뻑의 즐거움
기도와 식도
영철이
그의 사정
어느 겨울날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고산자로12길
느시
해설 세속의 시간과 무의미 꾸러미_ 백지은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미래에 대해 생각하면서 걸었다. 그의 미래에는 눅눅한 이불과 밀린 세금이 있었다. 그는 미래에 대해 생각하던 중 새롭게 도배를 해야겠다는 결심도 하게 되었다. 그는 깨끗한 흰색으로 도배를 하고 싶었다.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살면서 한 번도 바다에 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이성을 딱 한 번 사귀어봤다는 것과, 그 교제마저 교제라 부를 수 없을 만큼 빈약하고 형식적인 만남이었다는 것, 섹스 역시 늘 빈약하고 형식적이었다는 것, 가장 기억에 남는 섹스가 없다는 것, 가장 친한 친구가 없다는 것, 언젠가 있었을 법한 가장 친한 친구마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 그의 기억 중에 애타고 간절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 종교가 없다는 것, 종교마저 없다는 것, 없는 게 너무 많다는 것, 단지 1년을 쉬었을 뿐인데 체중이 10킬로그램 이상 늘었다는 것, 1년 동안 카드 빚이 더 늘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그다지 일을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그는 믿을 수가 없었다. 남의 일 같았다. 남의 일 같았고, 그는 울었다. 그는 스스로 의아해하면서 울었다. 왜 우는지는 그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의 울음은 대부분 모호했다. (「그의 사정」)
그는 절여진 기분이었다. 그를 절이고 있는 것이 소금인지 세금인지, 밤은 쉽게 오질 않았다. 그의 생활은 세금에 맞춰져 있었다.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했고, 세금을 제때 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점점 노력도 질려가는 중이었다. 그는 노력에 대한 대가를 받아본 기억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무엇도 별 상관이 없었다. (「그의 사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