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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비밀

세상의 모든 비밀

이민하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15-12-04
  |  
8,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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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비밀

책 정보

· 제목 : 세상의 모든 비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8040
· 쪽수 : 192쪽

책 소개

문학과지성 시인선 475권. 2015년 올해로 등단 15년차를 맞는 시인 이민하의 네번째 시집. 2012년 현대시작품상을 수상한 작품 '세상의 모든 비밀'을 포함한 총 61편의 시가 묶였다.

목차

1부
원근법/이 시는 커튼의 종류일까/체육 입문/에덴의 비밀/포도나무 아래서/피조물의 추억/이인(異人)의 방/휴일의 쇼/노래/siesta/열두 시를 지나는 자화상/화양(華陽) 시절/백혈병/기억의 밥/수인(囚人)/공원의 아름다움/下女/7인분의 식사

2부
붉은 스웨터/타이피스트/백치(白痴) 바나나/만남의 광장/묶여 있는 두 얼굴/식물인간/흑백사진모녀/그루밍 패밀리/소시민(小詩民)/눈물/젖은 방/당신이라는 과학/육체의 비밀/야행(夜行)/tattoo/물의 시절/수중 극장/물결/벽 속의 누가(累家)/애도의 문제/감은 눈/에로스

3부
옛 맛/파묘(破墓)/해변의 동화/노스탤지어/음식의 윤리/세상의 모든 비밀/전람회 잡담/공(空)의 관람/안과 밖/죽은 사회의 시인/무궁동(無窮動)/버스 여행자/고양이와 고양이들/어둠은 우리를 눈뜨게 하고/가족의 이해/지하 이웃/자정의 말굽 소리/외투가 지나간다/나비論/요조숙녀

해설 | 감은 눈과 세계의 이본 - 조강석

책속에서

반쯤 감긴 눈으로 나는 걸었네
자작나무 숲은 얼마나 먼가
당신은 꼭꼭 숨어 해먹 위에서 잠들었네
나는 열두 시에 도착했네
안개를 들추고 숨을 죽였네
이마 위의 그림자를 쓸어 올리며 당신은 실눈을 떴네
낡고 빛바랜 청포장이 지평선까지 흘러내렸네
젓가락처럼 식도를 모아 점심을 나누고
나는 햇잎으로 입을 훔치며 오후의 거리로 내려왔네
숨바꼭질하는 연인들의 미로원을 지나
식칼들의 합주 속에 군무를 추는 불빛 지붕들을 돌아
장마철에도 나는 숲길을 올라갔네
빗줄기가 신발에 갈고리를 걸고 예인선처럼 끌었네
나는 열두 시에 도착했네
눈꺼풀 위의 빗방울을 개미처럼 튕기며 당신은 잠들었네
해먹 위에 우산을 씌워주고 돌아와
어제는 자전거를 타고 갔네
질주하는 트렁크에 히치하이크한 날도 있네
심장에 낀 살얼음을 긁으면서도 갔네
자면서도 나는 우편낭을 챙겼네
뿌옇고 까만 그을음이 끼는 정오와 자정
자면서도 당신은 편지를 쓰고 있었네
공중에서 녹색 머리칼들이 떨어져 글자들 사이에
섞였네
바람의 잔이 떠다니고
발목만 땅에 묻힌 백골들이 빈속을 채우며 앉아
있었네
횃불을 든 마을 사람들이 왁자하게 몰려왔네
당신은 주섬주섬 자작나무 숲을 수레에 실었네
비켜 앉은 내 손 위로 수레바퀴가 지나갔네
밤과 낮이 천천히 뒤집혔네
굴러 떨어진 나무토막을 하나씩 던지며
사람들은 모닥불을 피우다 돌아갔네
아직 뜨거운 잔가지 하나를 뭉개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자작나무 숲은 얼마나 먼가
반쯤 감긴 눈으로 나는 걸었네
- 「열두 시를 지나는 자화상」 전문


나는 옆집 아이의 태생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 애 아빠의 정치적인 비밀을 알고 있다
왜 그들은 내게 입막음을 안 하나
하루아침에 미용실 여자가 미인이 된 까닭을,
편의점 남자가 시인이 된 까닭을, 그들이 손잡고 구청에 간 까닭을,
석 달 후 남자 혼자 구청에 간 까닭을 나는 알고 있는데
여자의 머리색이 남자의 정치색과 어울려
신발 속에 감춰진 짝짝이 양말처럼 아무도 모르게
호들갑을 피우는 오후
선박처럼 무거운 귀를 잠시 멈추고 잠이 오는 의자에 앉아
문맹인 나는 머리색을 바꾸고
색맹인 애인은 이별의 편지를 바꾸고

내 귀를 타고 밀입국한 사람들은
어떻게 빠져나온 것일까 반대편 귀를 향하여
얼굴을 뒤집고
지하철 남자의 의족이 지상의 물결 위로 떠오를 때
인어공주가 되는 이야기
아름다운 두 다리의 침묵에 대하여
진위 논란으로 시끄러운 세상에 대하여
칼의 입맞춤 대신 물거품이 되어 바다에 녹아버린
성전환자의 슬픈 동화 속에서
목소리를 가로챈 마녀의 기술처럼
목사의 안수기도에 섞이는 어떤 성분들
이를테면, 앞 못 보는 어둠의 눈을 번쩍 후려치는
어떤 선언들

늙은 소녀들은 아직 사랑이 넘치고
구걸하는 남자들은 눈물이 넘쳐서
기울지도 침몰하지도 않는
어떤 세계에서
흩어진 나의 비밀들은 어느 귀를 타고 흘러가는가
내가 같은 남자와 백번째 헤어진 날에 대해
당신은 지금 내 비밀 하나를 보관 중이다
혀처럼 얇게 저며진 물결 하나가 귓속으로 들어
갔다
의도하지 않아도
언젠가 귀를 기울이는 쪽에서
당신도 모르게 식은땀이 흐를 것이다
- 「세상의 모든 비밀」 전문


[뒤표지 글]

죽은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이 반씩 섞여 있는 마을에 머물렀다. 막힌 굴뚝과 산책로를 손보고 낡은 식탁보와 새벽 꿈자리를 갈아주고 싶었다. 길에서 사라졌던 신비와 아이들이 내내 따라다녔다. 통역 대신 수다를 거들었다. 우편함엔 잎을 깔아 문 앞에 세웠다. 날개를 다친 당신도 쉬었다 가기를.

숙자 씨에겐 꼭 맞는 시집을 지어주고 떠날 참이었다. 그녀는 흙이 되었다가 물이 되었다. 서쪽에 묻혔다가 남쪽으로 흘러갔다. 이제야 친구가 되었지만 그녀 나이에 이른 나를 데려가지 않았다. 그녀의 死생활을 지켜주려고 뒤를 밟았다. 나는 나무가 되었다가 물고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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