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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사이

잘 모르는 사이

박성준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16-01-23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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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사이

책 정보

· 제목 : 잘 모르는 사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8361
· 쪽수 : 133쪽

책 소개

2009년 문학과지성사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시인 박성준의 두번째 시집. 2015년 제16회 박인환문학상 수상작인 「뜨거운 곡선」을 비롯하여 총 62편의 시가 3부로 나뉘어 묶였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벌거숭이 기계의 사랑/ 인연/ 마주 보는 두 사람의 태도/ 건강한 질문
좋은 사람들/ 물/ 안아주는 사람/ 소원을 말해봐/ 공사 중/ 실험 관찰
토포필리아/ 기계들의 나라/ 전자보다 후자를 위한 사교활동
뜨거운 곡선/ 반과 반/ 사냥꾼/ 과제/ 외국어연수평가원

2부
녘/ 선물/ 숨을 참으면 조금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 솔비/ 백색의 단호
나무의 약속/ 애타는 마음/ 소유/ 연두에게/ 비 내린 비린내/ 분위기/ 하늘에서
평형감각/ 개별 사상가의 비전/ 별이 되어/ 俳優 3: 여관에서 쓰는 시
아름다운 재료/ 저 바깥으로 향하는 한결같은 피의 즐거움/ 오히려
삭/ 그 옛날 혀가 되지 못한 냄새들/ 동행

3부
왜 그것만을 요구하지 못했을까/ 대학살/ 할 일/ 명분/ 희망의 혈통
행복한 거지가 되고 싶었던 페시미스트/ 것들과 들것/ 랑/ 혁명/ 죄책감
천국/ 진혼가를 위한/ 빠빠라기/ 랑에게/ 핑퐁/ 가령의 시인들/ 기분특별시
육면체로 된 색깔/ 반란하는/ 그리운 플랜 파랑/ 문/ 교술시

해설 | 기계, 부끄러움 그리고 사랑. 박상수

저자소개

박성준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86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9년 ≪문학과 사회≫ 신인 문학상에 시 <돼지표 본드> 외 3편으로 등단했고, 201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서 평론 <모글리 신드롬-가능성이라 불리는 아이들>로 문단에 데뷔했다. 석사 논문으로는 <조정권 시의 문채 특징 연구>가 있으며, 저서로 시집 ≪몰아 쓴 일기≫(문학과지성사, 2012)와 ≪잘 모르는 사이≫(문학과지성사, 2016)가 있다. 그 밖에 산문집 ≪소울 반띵≫(멘토프레스, 2013), 앤솔러지 산문집 ≪시인의 책상≫(랜덤하우스코리아, 2013), ≪나는 매번 시 쓰기가 재미있다≫(서랍의 날씨, 2016)를 출간했으며, 연구서로는 ≪구자운 시 전집≫이 있다. 2015년 박인환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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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장수탕에 가면 사람이 없다
사람이 없어서 벗은 사람도 없다
언제부터 여기 있었을까 라커룸에 누군가 흘리고 간 양말은
주인이 없는 양말은 쓸모를 감당할 수 없는 한 짝
주인을 기다리지 않고 주인에게서 많이 멀어진
냄새를 쥐고 있다 싱크대가 무너졌다
집주인은 부재중이다
모르는 양말을 더 깊숙이 집어넣는다 내가 빌린
나의 라커룸에 다른 주인의 냄새가 돋아나 있다
나는 옷을 벗는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나 혼자 옷을 벗었다 왜 부끄러울까
집주인은 성지순례차 충청도에 내려갔다는데
나는 성지가 없다 싱크대 상판이 무너져버렸다 옷을 벗고 나온
깨진 그릇들이 부끄러웠다
나의 라커룸에는, 내가 빌린 라커룸에는 내 옷과 뒤엉켜 있는
다른 주인의 발이 있고
무너진 싱크대를 물어내라는 집주인의 전화가 있다
장수탕에서 전화를 받은 내가 있다 나는 벗고 있었다 성지를 몰라서 홀딱 벗고
싸우고 있었다
양말을 한 짝만 신고 간, 주인은 부끄러움을 모른다
순례를 아는 집주인은 부끄러움만 모른다 대체로 싸움에서
나는 이겨본 적이 없다
양말은 늘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하기 어렵고
장수탕에는 사람이 없다 모든 우연은 해결이 되지 않는다
나는 장수탕을 가는 유일한 없음이다
―「분위기」 전문


우리 사이에 아주 덕망이 높았던 교수는 돌연 강의실에서 담배를 피우면서 여러분께서 지금 못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질문을 해왔다 목소리는 낮았고 매우 단호했기 때문에 몇몇은 그걸 폭력으로 받아들였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갸우뚱 교수를 올려다 보았다 종이를 찢을 때마다 벌레 소리가 들린다거나 손금에 서식하고 있는 새에 대해 말해야겠다는, 혹은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가벼운 농담조의 이야기들은 그 덕망 높은 교수의 재미없는 위트 정도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이렇게 직접적으로 어떤 실천에 대해 질문하는 일은 수십 년간 강단에 있으면서도 없었던 일이다 썩은 과일은 술이 되고 술을 마시면 씨 없는 과일처럼 결국에는 조용해지듯이, 아무도 말하지 않는 강의실 안에서 교수는 누구든 말을 시작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작정했다 개중에 용기가 있던 학생이 제 말 속 사투리를 억누르며, 그럼 교수님께서는 우리가 무엇을 못 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하고 정해진 답을 물었으나, 그걸로 이와 같은 침묵을 깨기는 어려웠으므로 교수는 세상에서 가장 인자한 얼굴로 다섯번째 담배를 교탁에 비벼 꼈다 표현되는 것은 그뿐이었다 모두에게 필요한 만큼 시간이 지났으나 모두에게 적당한 결과는 생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의 그 덕망 높았던 교수는 할당된 시간을 다 채우고서 짐을 챙겨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안심한 학생들은 차례차례 그 뒤를 따랐고 다음 시간은 또 어떻게 견뎌야 할지 왠지 모를 부채감을 가지고 시시덕거렸다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서 교탁 위 담배꽁초를 치우는 학생이 있었다 학생은 다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과제」 전문


국도를 걸으면서 우리는 핑계가 많아졌다 집에 가기 싫었고 서로 위로하는 법을 점점 몰랐다 일부러 식당에 가서 길을 물어본다든가 타로점을 봐주면서 라면을 얻어먹기도 했지만, 우리는 걸으면서 왜 걸어야 하는지 몰랐다 아무것도 보기 싫었고 누구도 믿을 수가 없었다
밤길에 산을 넘을 때는 작은 기척도 공포가 되곤 했다 그럴 때마다 봄 보지 가을 좆이라든가 손가락을 펴고 길이마다 십대 이십대 삼십대라든가 음담패설을 주고받으면서, 하루에 한 도시씩밖에 넘지 못하는 무능한 두 다리를 서로 두들겨주었다
너는 왜 나랑 목욕탕에 안 가니? 너는 왜 술 먹고 나한테만 뽀뽀를 안 하니? 서운한 점을 말하기도 하면서 누군가 우리를 꼭 찾아줄 거라고 전원을 꺼둔 전화기를 만지작거렸다
모 학교 교수이자 유명 시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학생들이 보직 때문에 강의를 접은 교수를 탓해 시위를 했는데 그 교수 왈, 너희들의 배후가 누구냐 했다는 것이다 우리들의 배후는, 우리들의 배후는, 젊은 시절의 당신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좋아서 아무렇지 않게 감동하고는 우리는 또 걸었다 걸어야 했다
시인이 되면, 서로의 학교 앞에서 2인 시위를 해보자 별 특별한 이유 없이 시위를 해보자고 특별하게 서로를 질투하면서, 우리의 배후에는 누가 있을까 생각했다 고백은 서로를 지키기 위해 단 한 가지씩밖에 할 수가 없었다
나는 누나 이야기를 했고, 너는 여자 이야기를 했다 너는 곧 전화기를 켰고 기차를 탔다 나는 계속 걸었고 왜 걷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다 걷지 못한 길을 지금 같이 걷고 있다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동행」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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