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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8415
· 쪽수 : 141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아나키스트 트럭 1/오십 미터/북회귀선에서 온 소포/날짜변경선/거진/가시의 시간 1/오늘도 선을 넘지 못했다/나의 몽유도원/천호동/자세/안개 도로/좌표평면의 사랑/델타/들뜬 혈통/그날의 삽화/FILM 2/행성의 노래/물고기 문신/점토판/제의(祭儀)/세일 극장/아나키스트 트럭 2/Midnight Special 3/가마우지 여자/안젤름 키퍼/장마의 나날/사십구재
2부
목련이 죽는 밤/예니세이/명동의 세월/FILM 1/아부심벨/석양에 영웅은 없다/가시의 시간 2/조개 무덤/마지막 무개화차 4/Cold Case 2/봄산/눈빛/죽음, 테라코타/최후의 눈물/말미잘/Republic 2/만두 쟁반/그해 여름/강물의 일/짐승들이 젖어 있다/망각이여/새 떼/직박구리/싸락눈/종탑과 나팔꽃/어떤 생이 남았다/Republic 1/섬/단풍에 울다
3부
건기 3/툰드라/소묘/폭설/word 시월/마그마/아나키스트 트럭 3/서교동 황혼/Indian Ocean/외전(外典) 1/참회록 그 후/마지막 무개화차 2/바다의 장르/외전 2/Nile 421/Nile 407
해설 | 시인의 업(業)·양경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뒤표지글]
구름은 신비스러운 사상이다
구름의 이름을 지은 사람
자신보다 구름이 주목받기를 원한 사람
구름을 가져다 이야기를 만든 그 사람 생각을 해봤다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설명되지 않았으므로 무한할 수 있었고
학습되지 않았으므로 소멸하지 않았던 말
그 말을 꺼내고 싶었다
때늦게 내리는
물기 많은 눈을 바라보면서
눈송이들의 거사를 바라보면서
내가 앉아 있는 이 의자도
언젠가는
눈 쌓인 겨울나무였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추억은 그렇게
아주 다른 곳에서
아주 다른 형식으로 영혼이 되는 것이라는
괜한 생각을 했다
당신이
북회귀선 아래 어디쯤
열대의 나라에서
오래전에 보냈을 소포가
이제야 도착했고
모든 걸 가장 먼저 알아채는 건 눈물이라고
난 소포를 뜯기도 전에
눈물을 흘렸다
소포엔 재난처럼 가버린 추억이
적혀 있었다
하얀 망각이 당신을 덮칠 때도 난 시퍼런 독약이
담긴 작은 병을 들고 기다리고 서 있을 거야 날 잊지
못하도록, 내가 잊지 못했던 것처럼
떨리며 떨리며
하얀 눈송이들이
추억처럼 죽어가고 있었다
- 「북회귀선에서 온 소포」 전문
피 묻은 목도리를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날을 떠올리다 흰머리 몇 개 자라났고 숙취는 더 힘겨워졌습니다. 덜컥 봄이 왔고 목련이 피었습니다.
그대가 검은 물속에 잠겼는지, 지층으로 걸어 들어갔는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꿈으로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기억은 어디서든 터를 잡고 살겠지요.
아시는지요. 늦은 밤 쓸쓸한 밥상을 차렸을 불빛들이 꺼져갈 때 당신을 저주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밤 목련이 목숨처럼 떨어져나갈 때 당신을 그리워합니다.
목련이 떨어진 만큼 추억은 죽어가겠지요. 내 저주는 이번 봄에도 목련으로 죽어갔습니다. 피냄새가 풍기는 봄밤.
- 「목련이 죽는 밤」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