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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88932028422
· 쪽수 : 208쪽
책 소개
목차
여기
충분하다
마지막 시들 _ 육필 원고에 대한 간략한 설명과 사본(寫本)들
편집 후기를 대신하여
옮긴이 해설 _ “이미 충분합니다”-시인이 건네는 따뜻한 작별 인사
작가 연보
리뷰
책속에서
몇 날 며칠을 고민한다,
암살을 하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죽일 것인지,
어떡하든 많이 죽이기 위해, 몇 명이나 죽일 것인지.
하지만 그 밖에도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을 맛있게 먹어치우고,
기도를 하고, 발을 씻고, 새에게 먹이를 주고,
겨드랑이를 벅벅 긁으며 전화 통화를 한다,
-「암살자들」 부분
고백하건대―어떤 단어들은
나를 곤란에 빠트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감정”이라 명명된 다양한 상태들은
아직도 그 의미를 명확히 설명할 수가 없다.
“영혼”이라는, 괴상한 단어도 마찬가지.
현재까지 나는 이 어휘를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리고 있다.
일종의 안개와 같은 것,
유한한 생명력을 지닌 인간의 신체기관보다는 지속력이 좀더 강하다고 추정됨.
하지만 가장 골치 아픈 단어는 “나는 ~이다”라는 동사.
일상적인 기능에 사용되는 것 같지만, 결코 집합적이지 않음,
선사시대의 현재시제이면서,
그 형태는 진행형,
비록 오래전에 완료되었음을 다들 알고 있지만.
_ 「어느 판독기의 고백」 부분
무더운 여름날, 개집, 그리고 사슬에 묶인 개 한 마리.
불과 몇 발자국 건너, 물이 가득 담긴 바가지가 놓여 있다.
하지만 사슬이 너무 짧아 도저히 닿질 못한다.
이 그림에 한 가지 항목을 덧붙여보자:
훨씬 더 길지만,
육안으로는 보기 힘든 우리의 사슬,
덕분에 우리는 자유롭게 서로를 지나칠 수 있다.
_ 「사슬」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