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8477
· 쪽수 : 210쪽
책 소개
목차
홀 The Hole 7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의사의 말을 곱씹었다. ‘의지를 발휘’해야 한다는 말에 담긴 비관과 ‘조금 더’라는 말에 담긴 낙관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기는 의지를 발휘하라는 말보다 ‘조금 더’라는 부사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말은 조금 더 힘을 내면 괜찮아진다는 뜻 아닐까. 조금 더 힘을 내면 턱을 움직여 말할 수 있고, 제 발로 걸어서 검사실에 가게 된다는 뜻이 아닐까. 말할 것도 없이 오기는 ‘조금 더’의 세계에 의지했다. 오기는 무척이나 살고 싶었다.
기억이 선명해지고 정황이 분명해질수록 오기는 슬퍼지고 서글퍼져서 비통할 것이다. 차라리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기억이 떠오를수록 아내를 잃었다는 것을, 다시는 아내를 볼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할 테니까.
묵묵히 슬픔을 끌어 올리는 장모를 보면 오기는 함께 울고 싶어졌다. 턱을 움직여 소리 낼 수 있다면 같이 울었을 것이다. 제 슬픔을 장모에게 전달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아내는 죽고 자신이 살아남은 일을 사과하고 싶었다. 함께 아내에 대해 말할 수 없어 미안했다. 가슴속에서 통증이 일었다. 뜨겁게 끓었고 토할 것처럼 목구멍이 꽉 막혀왔다. 그 때문에 오기는 제가 울고 있다고 생각했다. 눈물이 흐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침이었다. 오기의 턱이 조금 움직였고 마른 입이 벌어졌고 그리로 슬픔 대신 침이 흘러내렸다. 오기는 계속 침을 흘렸다. 벌어진 턱을 제 힘으로 아물 수 없어서 그렇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