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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8576
· 쪽수 : 158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몸의 애인/언어의 정원/타오르는 노래/몸살/독어(獨語)/שבולת/인간이 버린 사랑/시간의 종말을 위한 사중주곡/아가(雅歌)/우상의 피조물/박물지(博物誌)/기이한 잠의 긴 밤/미친 세계/푸른 손의 처녀들/회음의 부적/성스러운 폐허/괴물
제2부
침묵동화/폭풍이 끝난 히스클리프/바다무덤/트럼펫의 슬픈 발라드/당신의 심장을 나에게/고통의 타인/무제/부제/시간의 피/그을린 슬픔/병든 손가락/피 흘리며 태어나는/모성(母城)/연옥의 노래/누설(漏泄)/유배된 겨울/미래로부터의 고아/신의 희작(戱作)/Aleph/Pharmakon/물-집/살해된 죽음/기형도/살아남은 애인들을 위한 이별 노래
제3부
물의 누드/미안의 피안/편애, 사랑에 치우치다/서스펜스 히스테리아/인간은 서로에게 신을 바친다/오래된 눈물/돌아올 수 없는 윤회/가짜 동화/사라/無花果/검은 여름 열대병/악의 죄/시간을 (잃어)버린 시계/돌/백경/이물/환절기/침묵의 운율/비인칭(悲人稱)/어둠론(論)/후반기의 연애/악마식물/존재의 놀이/자야(子夜)
제4부
바벨/향/향/야수/실험실을 떠나며
해설 진심의 괴물, 혹은 말의 누드 강정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사라지는 소리를 듣고 있다
말이 귀의 바깥과 입의 바깥에서만 맴도는 저녁,
밀애를 들킨 연인들이
묽게 흐느낀다
서로의 앞에 바쳐진
타인들을 증명하는 윤리가 필요하다
시계공의 윤리는 시간이 아니라 방향
모든 이름은 가명이다
모순은 완벽하다
방랑하는 한 생이
객지로부터 아득히 먼 곳으로 걸어갈 때면,
행려는 광야의 지평선으로 흐려진다
장님이 눈멀기 직전에 보았던 최후
- 「누설(漏泄)」 전문
죽음이 왔다
당신의 마음이 휜 자리에 꽃핀 죽음
어떤 나무는 열매 맺지 못한 채 죽지만,
꽃을 피우지 않는 이름으로 열매 맺는 나무도 있다
붉어지지도 못한 채 펄떡거리며
숨 쉬는, 당신의 병
병은 감정이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당신이 나에게도 옮겨놓은 그 아픈 감정이
사실 내가 낳은 더럽고 환한 죽음임을
나는 모른다
강처럼 굽이치고 지나가는 눈물
당신을 아프게 해놓고 당신을 치유해도 될까,
짐짓 모른 척해왔던 거짓된 내재율
어떤 사랑은 사후에도 죽음에 시달리는데
우리는 죽어서도 사랑을 죽이지 못한다
먼 외풍으로 여기 삶을 뒤흔들고 떠나간다면
사람일까 바람일까,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고 망설였을 것이다
눈물이라는 열매 몇 방울
햇볕처럼 마음의 한낮에 스며들어
당신이 건네준 죽음으로 나를 적시는
위험한 홀몸이 있다,
채 꽃피우지 못하고 다시 맺히는 슬픈 온도
비로소 그 온도를 울 수 있었다
- 「無花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