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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8682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심사 경위 /심사평 /수상 소감
제6회 문지문학상 수상작
2015년 4월 이달의 소설
정지돈 창백한 말
이달의 소설
이상우 벨보이의 햄버거에 손대지 마라 /김엄지 느시 /양선형 표범의 사용
홍희정 앓던 모든 것 /백수린 첫사랑 /김솔 누군가는 할 수 있어야 하는 사업 /정영수 애호가들 /박민정 버드아이즈 뷰 /정지돈 나는 카페 웨이터처럼 산다 /오한기 사랑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들은 사빈코프와 세르주에 대해, 이제는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한 세기 전의 혁명가들에 대해 길고 긴 대화를 나눌 것이다. 나나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이제는 사라진 지난 세기의 이상에 대해서. 나는 그들의 대화가 카페 안의 정적을 몰아내는 모습을 상상한다. 스팀의 온기처런 카페 안을 가득 채울 그들의 대화를.(「창백한 말」)
윤오를 처음 본 건 한 달 전이었다. 한창 아쿠아로빅 수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한 청년이 레인 쪽으로 다가왔다. 나도 모르게 레인 끝에 선 청년의 몸을 따라 고개를 쭉 뽑았다. 강사가 호루라기를 연달아 부는데도 시선을 거둘 수가 없었다. 몸. 인간의 몸이 있었다. 인간의 몸이 직립해 있었다. 간결하고 담백하기 그지없는, 구차함과 번잡함을 죄다 걷어버리고 뼈처럼 서 있는 몸. 한없이 헐벗고 가여웠다. 청년이 스트레칭하듯 두 팔을 뻗었다. 그 모습이 청각을 자극했다. 누군가 끝이 뾰족한 HB연필로 스윽, 하고 올려 그은 선 같았다. 나는 목이 꺾이도록 청년을 올려다보았다. 청년도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이 청춘을 회임한 듯 반지르르 윤이 났다.(「앓던 모든 것」)
“꼭 벚꽃잎 같네.”
선배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선배는 고향에 쌍계사라는 절이 있는데 그 근처 십리길을 따라 죄다 벚나무가 심어져 있다고 했다.
“그 벚꽃 길을 같이 걸으면 백년해로를 한다더라.”
선배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선배, 선배는 왜 그런 말을 내게 하는 거예요, 나는 발뒤꿈치를 들고 엄마에게 쓰다듬어달라고 머리를 들이미는 아이처럼 선배에게 자꾸 묻고만 싶었다.(「첫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