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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32028989
· 쪽수 : 222쪽
책 소개
목차
신비로운 그녀, 아버지의 딸
옮긴이의 말
해설
책속에서
“아버지, 저 왔어요.” / 여자의 얼굴은 보지 못했지만, 아버지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리는 모습은 보았다. / 여자가 고개를 돌려 어머니에게 말했다. / “전에 있던 동양풍 러그를 싹 걷어내고 바닥 전체에 카펫을 까셨네요.” / 어머니는 뭔가를 알아보는 눈치였다. 어머니가 외쳤다. / “캐럴라인이지! 캐럴라인 맞지!” / 아버지는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아버지는 책상에서 벌떡 일어나 빠르고도 조용한 걸음걸이로 서재를 가로질러 갔다. 아버지가 여자의 양어깨를 거머쥐었다. 여자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버지의 표정은 볼 수 있었다. 아버지는 강렬하게, 심지어 맹렬하게 여자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여자를 자기 쪽으로 당겨 덥석 끌어안자, 가만히 옆에 붙어 있던 여자의 팔이 처음으로 스르르 들렸다. 이내 여자도 아버지를 얼싸안았다.
“참 많은 사람이 양고기를 낮게 치지, 양 갈빗살만 빼고……” / 바로 그 순간, 저 멀리서 하이디의 포크가 휙 날아오더니 캐럴라인 누나의 접시에 놓인 양고기 조각을 푹 찔렀다. 어머니에게 시선이 가 있던 캐럴라인 누나가 이 장면을 곁눈질로 슬쩍 보고는 놀라서 펄쩍 뛰었다. / “꺄악! 뭐야, 대체?” / “하이디요. 쟨 맨날 저래요. 근데 보통은 아버지 접시만 노리는데요.” / 내가 대답했다. / 하이디는 여전히 턱을 괸 채로 우적우적 씹고 있었다. 어머니가 하이디를 보고 싱긋 웃더니 캐럴라인 누나를 향해 누가 말리겠냐는 듯 점잖게 어깨를 으쓱거렸다. 캐럴라인 누나가 말했다. / “정말 싫다.” / 그 말에 무안해 하며 놀란 어머니가 대답했다. / “아직 애잖니.” / “싫다고요.”
“오늘은 방귀의 정중한 표현이 가스 과다라는 걸 배웠어요.” / 그러자 캐럴라인 누나가 빵 터졌다. 아예 배꼽을 잡고 큰 소리로 깔깔거리며 웃었다. / “짐작도 못 한 대답이었어.” / 그러고는 또다시 웃어댔다. 캐럴라인 누나가 물었다. / “또 다른 건?” / “진공청소기로 어마어마한 자국을 낼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프레디 하우저라는 애가 자기 목덜미에다 그랬거든요. 걘 계속 어떤 정열적인 하녀가 그런 거라고 우기더라고요.” / 캐럴라인 누나가 다시 웃음보를 터뜨렸다. 정확하게 조준해서 두 발이나 쏘고 나자, 나는 이제 캐럴라인 누나를 똑바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전투는 끝났다. 내가 이겼고, 동시에 굴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