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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비평론
· ISBN : 9788932029030
· 쪽수 : 375쪽
책 소개
목차
1부 문학과 증언
33년, 광주 2세대의 아포리아
총과 노래 ― 최근 오월소설에 대한 단상들 1
총과 노래 ― 최근 오월소설에 대한 단상들 2
우리가 감당할 수 있을까? ― 트라우마와 문학
문학과 증언 ― 세월호 이후의 한국 문학
2부 다시 쓰는 후일담
창형(窓型) 인간과 욕망의 삼각형 ― 최인훈의 『웃음소리』에 대하여
지상에서 가장 생산적인 왕복운동 ― 이청준의 『서편제』에 대하여
긴급조치 시대의 ‘웃음’ ― 최인호의 단편에 대하여
삼포(森浦) 가(지 못하)는 길 ― 문학과 제도 1
‘백지(白紙)’의 의미: 범대순의 ‘「 」’(1973)에 대하여 ― 문학과 제도 2
백 년 동안의 우울 ― 김원일의 『전갈』에 대하여
20년 뒤에 쓰는 후일담 ― 1990년대 한국 문학 재론
3부 징후
무표정하게 타오르는 혀 ― 백민석의 『혀끝의 남자』에 대하여
‘탈승화’ 혹은 원한의 글쓰기 ― 박솔뫼, 김사과, 황정은의 소설에 대하여
김솔표 소설 공방 ― 김솔의 『암스테르담 가라지세일 두번째』에 대하여
개와 돼지와 비둘기의 세계에서 ― 김엄지의 『미래를 도모하는 방식 가운데』에 대하여
미리 결정된 지옥에서 ― 최은미의 『목련정전』에 대하여
제사장이 없는 세계의 신화 ― 이은선의 『발치카 No. 9』에 대하여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는 왜 하필 ‘글쓰기’를 택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라면 어깨에서 힘을 풀고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왜 쓰는가?”라는 질문이 시인도 소설가도 아닌 비평가에게 던져졌으니, 비평가는 왜 쓰는가라는 문제가 남았다. 이제 답하기 그다지 어렵지 않은 질문이다. 비평가는 매번 저 공갈 젖꼭지의 정수리, 마치 허방을 향해 난 구멍처럼 생긴 ‘a’의 자리에 ‘단 한 권의 책’을 놓는다. 지금 자신의 손에 들고 있는 텍스트를 읽으면서 그는 항상 그 너머의 ‘더한 무엇’, 곧 ‘절대 텍스트’를 읽는다. 그러나 텍스트는 항상 너무 많거나 너무 적다. 그 허기 때문에 비평가는 읽고 쓴다. 그런 의미에서, (양주동 선생에게는 다소 미안한 말이지만) 그가 원하지 않는 순간에조차 비평가의 안광은 ‘항상’ 지배를 철한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정작 그가 읽는 것은 그 너머의 다른 것, 곧 ‘변장한 유토피아’일 것이기 때문이다.
(짧은 글이나마 교훈이 필요하다면) 공갈 젖꼭지의 비유는 우리에게 두 갈래의 결론을 지시하고 있는 듯하다. 1. “욕망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원인이기도 한 ‘대상 a’가 그렇듯이, 바로 그 결여와 허기가 비평의 동력이다. 받아들여라.” 2. “(대문자)문학 따위는 없다. 다만 반복되는 노고만 있을 뿐이다.” 아마도 비평가가 늙는다는 건 전자에서 후자로 이동한다는 말일 텐데, 나는 그 이동이 완료될 머지않은 어느 순간을 불안과 기대가 엇갈린 심정으로 고대한다. 그 순간이 오면 나는 비평을 그만두게 될 테지만, 그 순간이 오면 또한 나는 어떠한 기대도 목적도 없이 문학을 ‘향유’할 수 있을 듯하기 때문이다.
- 책머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