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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9139
· 쪽수 : 256쪽
책 소개
목차
유리
마르첼리노, 마리안느
젤리피시
떨어지다
할로윈―런, 런, 런
사슬
지느러미
오아시스
해설 "앞으로도 네 소설 잘 지켜볼게"_김형중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남편과 별거를 하고 몇 개월이 지났을 때 대학 동창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냥 얼굴이나 보자기에 만나서 밥을 먹고 차를 마셨다. 헤어지기 전에 동창이 불쑥 내 팔을 붙잡았다. 며칠 전에 내 남편을 봤다고, 웬 여자와 함께 있었다고 동창은 말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
“별일 없지? 그래도 너, 남편 뒷조사는 꼭 해봐라. 혹시 모르잖니.”
남편과 내가 멀어진 것은 우리 둘의 문제였다. 물론, 내가 모르는 어떤 일이 있을 수도 있었다. 별거 후에 남편이 누군가를 만났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저 친구나 직장 동료와 함께 있었던 것뿐인지도 몰랐다. 그때 나는 내가 처한 현실보다 남의 불행을 캐내려는 사람이 더 무서웠다._「유리」
마르첼리노의 몸집만 한 구덩이가 완성됐을 때 멀리서 바람이 불어왔다. 낫을 휘두르듯 예리한 바람이 지나가자 목이 날아갔다. 마르첼리노는 몸에서 떨어져 나간 머리를 품에 안고 구덩이로 들어갔다. 그것은 자신의 무덤이었다. 마르첼리노는 구덩이에 누워 죽음 속으로 가라앉다가 잠에서 깨어났다. 그것은 무섭고 쓸쓸한 꿈이었고, 때문에 마르첼리노는 꿈속의 일들을 곧장 지워버렸다._「마르첼리노, 마리안느」
나는 춤을 청하듯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 ‘튜브 걸’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동그란 원을 그리듯 휠체어를 밀었다. 멀어질 듯 밀착되고, 흐느끼듯 가라앉다 이내 경쾌하게 튀어 오르던 몸짓. 오래전 영화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그때 흘러나왔던 연주곡을 흥얼거리면서 ‘튜브 걸’과 함께 가게 안을 빙글빙글 돌며 춤을 췄다._「젤리피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