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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32029269
· 쪽수 : 198쪽
책 소개
목차
그림자에 깃들어
우울
달아 달아 밝은 달아
마음의 황지
반짝반짝 작은 별
갱년기
루실
겨울밤
길고양이 밥 주기
따끈따끈 지끈지끈
떨어진 그 자리에
장마에 들다
세월의 바다
슬픈 家長
칠월의 또 하루
영원히는 지키지 못할 그 약속
묽어지는 나
걸음의 패턴
아현동 가구거리에서
저 구름 흘러가는 곳
커다란 여름 아래서
황색 시간
또, 가을
눅눅한 날의 일기
삶의 궤도 1
삶의 궤도 2
삶의 궤도 3
소녀시대
걱정 많은 날
몽롱한 홍수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일출
송년회
철 지난 바닷가
숙자 이야기 1
숙자 이야기 2
중력의 햇살
고양이가 있는 풍경 사진
문
파동
꿈속에 그려라
꽃에 대한 예의
열쇠는 일요일
바다의 초대
봄밤
이름 모를 소녀
마스터
해바라기 시간
개미핥기
탱고
어떤 여행
비 온 날 숲 밖에서
세월의 바람개비
근황
11월
운명의 힘
술래
그 자리
새로운 이웃
오, 고드름!
해피 뉴 이어!
삶
반죽의 탄생
미열(微熱)
우리 아닌 우리
토요일 밤의 희망곡
일몰(日沒)
애가(哀歌)
당신의 지하실
고통
불시착
바다의 선물
서녘
생활의 발견
슬픈 권력
그 젊었던 날의 여름밤
미로
영원
론리 조지
골목의 두 그림자
겨울밤
이렇게 가는 세월
선방(善防) 1
세입자들
입춘
약속
아침의 산책
친척
월식(月蝕)
포커 칸타타
해설 | 명랑과 우수, 그리고 삶, 오로지 삶ㆍ(조재룡)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시인의 산문]
거짓말, 엄살, 극단적 나태, 자기방기, 또 뭐가 있을까. 무능력, 이기심, 허세, 윤리적 우월감, 독선, 의지박약……그리고 이제 몰염치! 초등학생 시절 이래의 기억을 더듬으며 내 악덕의 목록을 꼽아본다. 그 악덕들의 발현 순간을 떠올리면 낯이 달아오르지만, 어떤 건 용서가 되고, 어떤 건 ‘할 수 없지. 그렇게 생겨먹은걸’ 고개를 저으며 받아들인다. 극복할 수 없는 건 몰염치의 순간들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내 영혼을 갈가리 찢어놓는, 아아, 내가 저버린 존재들! ‘저버리다’라는 말은 뇌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리다. ‘저버림’은 원초적 감각이며 존재적 감각이다. 저버린다는 행위에서 주체와 대상이 꼭 상관있지는 않다. ‘저버림’의 주체가 되는 건 그 대상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인데, 대상은 주체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차가운, 고적한 포기를 생각하면 울음이 차오른다. 저버린다는 건 ‘보고’ 외면하는 것이다. 어떤 한 생명의 존재의지를 거절하는 외면. 삶의 기반이 허술한 사람들과, 아예 그 기반이 없는 동물들. 내가 외면한 순간, 내가 저버려서, 절벽에서 떨어진 그 몸뚱이들……
나는 살아 있다
우리를 오래 살리는,
권태와 허무보다 더
그냥 막막한 것들,
미안하지만 사랑보다 훨씬 더
무겁기만 무거운 것들이
있는 것이다 ―「그 젊었던 날의 여름밤」 부분
나는 왜 항상
늙은 기분으로 살았을까
마흔에도 그랬고 서른에도 그랬다
그게 내가 살아본
가장 많은 나이라서
지금은, 내가 살아갈
가장 적은 나이
이런 생각, 노년의 몰약 아님
간명한 이치
내 척추는 아주 곧고
생각 또한 그렇다 (아마도)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송년회」 부분
이상하다
거품이 일지 않는다
어제는 팔팔했는데
괜히 기진맥진한 오늘의 나
거품이, 거품이 일지 않는다
쓰지 않아도 저절로
소진돼버리는
생의 비누의 거품 ―「묽어지는 나」 전문
차라리 얼른 저버릴까
영원히는 지키지 못할 그 약속
가슴 저미네
영원히는 뛰지 못할 내 가슴 ―「영원히는 지키지 못할 그 약속」 부분
달의 고드름 아래
뱃속까지 얼어서
죽을 때까지 살아 있는
길의 사람들
길의 고양이들
밖에 두고 문을 닫네 ―「겨울밤」 부분
그이는 거기 공용 주택
어딘가에 사는 사람
자주 마주치나 한 번도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은 사람
주차장 출입구에 의자를 놓고 흐릿하게 앉았거나
손녀 것 같은 분홍색 자전거를 타고
그늘진 골목을 왔다 갔다 하던 사람
이윽고 그 사람 골똘한 자세로
발톱을 깎는다
그 사람 보안등 불빛 아래서 손톱을 깎고 발톱을 깎는다
나는 그 소리를 듣는다, 숨죽인 어둠 속에서
가가호호 잠꼬대처럼
손톱이 자라고
발톱이 자라고
손톱이 자라고
발톱이 자라고 ―「골목의 두 그림자」 부분
하얗게
텅
하얗게
텅
눈이 시리게
심장이 시리게
하얗게
텅
네 밥그릇처럼 내 머릿속
텅
아, 잔인한, 돌이킬 수 없는 하양!
외로운 하양, 고통스런 하양,
불가항력의 하양을 들여다보며
미안하고, 미안하고,
그립고 또 그립고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