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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기타 명사에세이
· ISBN : 9788932029634
· 쪽수 : 627쪽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세월 앞
헛수고
봄꿈
차 달이는 향기
소림 소식
흰머리
차향
탁족
고향
연못
적막
뜬 인생
날마다
기쁨
고사리
폭설
바다 보물
분명
새해
솔바람
가을
갈까마귀
동행
득실
한바탕 꿈
죽 한 사발
차 석 잔
코뚜레
우레 비
(중략)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침 내내
아침 내내 밥 먹어도 무슨 밥을 먹으며
밤새도록 잠잤어도 잠잔 것이 아니로다.
고개 숙여 못 아래 그림자만 보느라
밝은 달이 하늘 위에 있는 줄을 모른다네.
終朝喫飯何曾飯 竟夜?眠未是眠
종조끽반하증반 경야침면미시면
低首只看潭底影 不知明月在靑天
저수지간담저영 부지명월재청천
-동계 경일(東溪 敬一), 「우연히 읊다(偶吟)」
밥을 계속 먹었는데 배는 하나도 안 부르고, 밤새 쿨쿨 잤는데도 여전히 졸린다. 웬일일까? 무슨 일일까? 먹어도 그냥 먹고 자도 그저 자서 그렇다. 밝은 달은 푸른 하늘 위에 저토록 환하건만 어리석은 중생이 고개를 숙인 채 연못 위 달그림자만 쳐다보고 있구나. 달 보라고 손가락을 들어 가리키는데 보라는 달은 안 보고 어이 손가락 끝만 보는고.
구름 속
꾀죄죄 흰머리 늙은 노인이
처마 밑서 땔나무 장작을 팬다.
지팡이 멈추고 앞길 물으니
손을 들어 구름 속 가리키누나.
白首龍鍾老 ?前柝火松
백수용종로 첨전탁화송
植杖問前路 擧手點雲中
식장문전로 거수점운중
-월하 계오(月荷 戒悟), 「석문 노인(石門老人)」
“여보, 노인장! 절까지는 얼마나 더 가야 합니까” 흐트러진 머리로 처마 밑에서 소나무 장작을 도끼로 패던 노인이 허리를 펴더니 말없이 앞산 구름 속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손가락 끝 따라가던 눈길이 그만 망연해진다. “스님! 잊어버리고 한참 더 가세요. 아직 멀었어요.” 찾는 것은 늘 구름 속에 있었다.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