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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29832
· 쪽수 : 276쪽
책 소개
목차
Y의 바깥
양치기 숲
사랑의 생활
그가 내린 곳
그 사람의 죽음과 무관한 알리바이
낮달과 낙타
손가락을 세워라
봄눈
해설 너머에 이르는 불가능한 걸음_ 김태선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Y가 보낸 메일을 열어볼 때마다 나는 그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음을 실감했다. 그는 점점 더 비탈나무로부터, 나로부터 멀어지고 있다.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라.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어쩌면’은 사람들이 품고 있는 유일한 확신인지도 모른다. 말하는 순간 믿음이 깨질까 봐 사람들은 어쩌면 ‘어쩌면’이라는 수사를 하는 것인지도 모르지.
―「Y의 바깥」
“카오리, 그럼 네가 생각하는 안전한 곳은 결국 런던인 거야?”
일본에서 은행원이었던 카오리는 고베 지진 이후로 삶의 방향을 바꾸었다. 지진으로 부모님을 잃고 카오리는 일본을 떠나 세계를 떠돌고 있었다. 안전한 땅을 찾아서. 카오리는 농담처럼 말했다. 지진의 공포 때문에 여행자가 된 사연이 그때 당시에는 좀 시시하게 들렸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사는 여행자의 입에서 더 근사한 답이 나오길 기대했던 것이다. 영국에서 처음 만났을 때 카오리는 런던을 거점 삼아 이미 지구의 반은 돌아보았고, 아프리카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 곳은 없어.”
카오리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양치기 숲」
케이는 나와 비슷한 감수성을 지녔다. 뛰어난 감수성이라고는 말하지 않겠다. 케이는 인정하기 싫을 테지만, 케이와 나는 마음의 주파수, 즉 마음이 동하는 지점이 비슷하다. 선수를 빼앗긴 심정은 달리 말하면 사랑일 것이다. 케이를 향한 감정의 표현은 처음부터 차단되었다. 제대로 외톨이로 성장한 사람은 이 말을 이해할 것이다. 사랑하기 위하여, 외톨이는 사랑하지 않으려 기를 쓰고 산다. 내가 할 일은 케이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 나라는 존재는 케이의 반대말이 된다. 케이는 표출하고 나는 은폐한다. 케이는 떠나고 나는 남는다. 케이는 돌아오고 나는 돌아가지 않는다.
―「사랑의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