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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작법

현대시작법

(개정3판)

오규원 (지은이)
  |  
문학과지성사
2017-05-30
  |  
22,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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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작법

책 정보

· 제목 : 현대시작법 (개정3판)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창작.문장작법
· ISBN : 9788932030036
· 쪽수 : 524쪽

책 소개

시인이면서 대학에서 오랫동안 시 창작을 강의했던 오규원이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 창작자가 직접적으로 부딪칠 수 있는 창작 과정상의 섬세한 문제를 풍부한 예문을 통해 이론적으로 해명해놓은 책이다.

목차

개정판 책머리에 9
초보자를 위해 덧붙이는 글 10
책머리에 13

1. 시적 표현의 이해
1. 시적 표현과 고정관념 23
2. 상투적 표현과 관습적 인식 26
3. 외화성 언어와 피상적 인식 30
4. 감정의 노출과 감정의 억제 33
5. 논리적 언어와 통상적 언어 35
6. 추상어와 보편어 38
7. 철학적 내용과 철학적 언어 40
8. 형식과 리듬 42

2. 대상과 인식 과정
1. 시적 대상과 심리적 거리 47
2. 국면과 관점 52
3. 관점과 미적 지각의 유형 55
4. 통합적 관점 66

3. 시적 묘사
1. 묘사의 특성 73
2. 설명적 묘사와 암시적 묘사 75
3. 주관적 묘사와 객관적 묘사 77
4. 묘사의 어울림 86
5. 묘사의 언어와 절제 90
6. 묘사 속의 설명 94
7. 묘사와 장식적 수사 98

4. 묘사의 구조와 시점
1. 서경적 구조와 시점 105
2. 심상적 구조와 시점 119
3. 서사적 구조와 시점 132
4. 시점의 가치 138

5. 시적 진술
1. 시적 진술과 설명 143
2. 진술의 특성 148
3. 진술의 종류 149
4. 넋두리와 독백적 진술 156
5. 피상적 주장과 권유적 진술 159
6. 자기중심적 사고와 해석적 진술 165
7. 진술과 묘사의 어울림 170

6. 시적 진술의 구조와 시점
1. 독백적 진술 176
회고적 시점 176 | 기원적 시점 186
2. 권유적 진술 194
관행적 시점 195 | 비관행적 시점 196
3. 해석적 진술 202
관조적 시점 203 | 풍자적 시점 209

7. 시와 화자
1. 시적 화자와 일반적 유형 231
2. 시 속의 ‘나’와 현실 속의 ‘나’ 235
3. 일상 속의 ‘나’와 구체적 경험 속의 ‘나’ 246
4. 가면의 화자와 어조 252
5. 불투명한 가면과 시적 화자 259
6. 숨은 화자와 시 속의 역할 269
7. 숨은 화자와 감각적 인식 272
8. 화자와 지각의 변화 282

8. 비유와 활용
1. 비유와 시적 언술 291
2. 비유의 종류 294
3. 의미의 비유 296
직유 296 | 은유 302 | 상징 314 | 활유 323 | 인유와 인용적 묘사 326
제유와 환유 337 | 풍유와 우화 342 | 성유 349 | 희언법 354
4. 말의 비유 359
도치 360 | 과장 365 | 대조와 모순어법 370 | 반복과 열거 376
반어와 역설 387 | 영탄과 돈호법 396 | 역언법 403 | 수사적 의문법 408
완곡어법 411

9. 시의 구조와 행.연
1. 시의 행과 연 417
2. 시의 형태와 행.연 419
3. 리듬과 행.연 425
외국 시와 우리 시의 정형률 42 | 자유시의 리듬 430
4. 이미지와 행.연 441
이미지의 개념 441 | 이미지의 강조와 행.연 445
이미지의 종류와 행.연 448 | 회화적 구성과 행.연 450
5. 의미와 행.연 457
의미와 양태 457 | 의미와 연의 기능 463 | 의미의 전형적 형태와 행.연 465
양행 걸침과 행.연 471 | 의미의 강조와 해체 475
일상적 표현 양식의 변용 480

10. 의도적 의미와 실제
1. 작품과 의미 489
작품 속의 세 가지 의미 489 | 전체적 불명확성과 의도 490
부분적인 불명확성과 의도 496 | 의도와 다른 세계 500
해석의 가능성과 표현의 방만성 502
2. 의도와 시작 과정 502
의도와 작품과의 거리 502 | 퇴고의 과정과 실제 506

색인 512

저자소개

오규원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41년 경남 밀양 삼랑진에서 출생하였고, 부산사범학교를 거쳐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에 「겨울 나그네」가 초회 추천되고, 1968년 「몇 개의 현상」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분명한 사건』(1971), 『순례』(1973),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1978), 『이 땅에 씌어지는 서정시』(1981), 『가끔은 주목받는 생이고 싶다』(1987), 『사랑의 감옥』(1991), 『길, 골목, 호텔 그리고 강물소리』(1995), 『토마토는 붉다 아니 달콤하다』(1999),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멩이』(2005), 『두두』(2008, 유고시집)가 있다. 이 밖에 시선집 『한 잎의 여자』(1998), 『오규원 시전집』(전 2권, 2002), 『오규원 깊이 읽기』(2002)와 시론집 『현실과 극기』(1976), 『언어와 삶』(1983), 『날이미지와 시』(2005) 그리고 시 창작이론집 『현대시작법』(1990)을 펴낸 바 있다.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현대문학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수상하였다. 2007년 2월 2일에 작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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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개정판 책머리에]

이 책은, 1990년 9월 초판이 발행된 이후, 지금까지 나의 상상을 훨씬 능가하는 호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호응의 밑바닥에는 시를 사랑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이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인다면, 다른 입문서(入門書)와는 달리, 시적 사고(詩的思考)와 시적 표현(詩的表現)을 이해 가능한 구조로 체계화하고, 그것을 사례 연구(事例硏究)를 통해 시와 시 창작의 이해에 도달하도록 노력한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후의에 힘입어, 이번에, 그 개정판을 낸다. 그러나 이 책의 체계나 주요 내용에는 수정을 가하지 않았다. 수정을 한 부분은 「시적 표현의 이해」 「대상과 인식 과정」 「시와 화자」에서 약간의 보완과 삭제, 그리고 책 전체에 걸쳐 몇몇 용어와 표현의 수정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초판에 없던 「초보자를 위해 덧붙이는 글」을 넣었다. 원래, 이 책은 대학의 문예창작과에서 시를 전공하는 사람들을 위한 교재로 연구되고 또 출판되었으므로, 이 책의 서문(초판의 「책머리에」)도 가르치는 분들을 위한 안내의 성격이었다. 그러나 시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는 사실을 알고서, 이번 기회에 그분들을 위한 간단한 안내의 글을 따로 첨가했다.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거듭, 이 책이 나오도록 도와준 분들과 읽어준 분들께 감사한다.

1993. 정월, 저자


[초보자를 위해 덧붙이는 글]

이 책은, 초판의 「책머리에」에 밝혀놓은 바처럼, 시 창작(詩創作)을 돕기 위한 이론서(理論書)입니다. 이론서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점에 유의하면 도움이 될 듯합니다.
첫째,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말은 조금도 과장되었거나 거짓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하면 믿지를 않습니다. 시(詩)란 시적 재능이 있거나 또는 어떤 종류의 사람(시인)만이 쓸 수 있는 특별한 것으로 치부해버립니다. 통상적인 관점에서 적자면, 우리가 우리의 생각(보통 이것을 사상과 감정이라고 한다)을 나타낸 글 가운데 산문(줄글)이 아닌 운문(마디글)의 형태로 된 것이면 모두가 시입니다. 그리고 이런 형태의 글을 쓸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시는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시에는 좋은(잘된) 시와 그렇지 못한 시가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를 쓸 줄 모른다는 말은, 더 정확하게 지적하자면, 좋은(잘된) 시를 쓸 줄 모른다는 말입니다. 시를 쓸 바에야 좋은 시, 잘된 시를 쓰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런 시를 쓴다는 일은 쉽게 될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일정한 습작 기간을 거치지 않고도 좋은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판단이 되는가를. 바로 이것, 처음부터 좋은 시, 잘된 시를 써야겠다는 욕망이 문제입니다. 이 욕망, 이 과욕이 우리의 사고를 흐리게 하고, 우리의 재능을 잘못 낭비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창조하는 즐거움보다 결과만 탐하게 되어, 남의 것을 모방하게 되고, 얻어들은 지식을 나열하게 되고, 자주 허황하게 꾸미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좋은 시란 결과에 욕심을 두지 않는, 아는 체하거나 흉내 내지 않는 거짓 없이 쓴 글에서 나온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시는 소설이나 희곡 등등과는 다른 문학의 양식이라는 점입니다. 시·소설·희곡·평론 등등은 모두 문학적 담론(쉬운 말로 하자면 문학적 표현)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소설에는 소설적, 희곡에는 희곡적 표현의 특성이 있듯 시에도 시적 표현의 특성이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모두 문학적 담론임에도 불구하고 장르가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를 창작하고자 하는 사람은 소설적 또는 희곡적 글쓰기가 아닌 시적 글쓰기를 해야 하고, 시적 글쓰기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시적 사고(詩的思考)와 시적 표현(詩的表現)이 어떤 것인가를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것을 알아가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며, 이 책의 가장 큰 미덕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셋째, 시에 관한 전문용어를 잘 안다고 해서 시를 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어떤 용어를 안다는 것은 그 개념을 안다는 것이므로, 그 용어가 뜻하는 바를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과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설명을 해볼까요? ‘직유’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이 용어의 개념이 “두 가지 사물 또는 관념을 같이·처럼·듯이·인 양·같은·만큼 등의 연결어로 결합하여 표현하는 비유법”인 것을 누구나 압니다. 위와 같이 구체적으로는 아니라고 해도 이 비유법의 대략적인 개념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비유법을 사용해서 시를 썼다고 시가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1) 絶望이란 오히려
나리는 눈처럼 포근하고나

(2) 솜털 같은 눈 내밀고 있는 버들가지 새로
굳센 나무줄기만큼 빗줄기가 굵어졌고
보기의 두 시구는 모두 직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은 좋은 직유이며 (2)는 틀린 또는 서툰 직유입니다. 그 까닭은 이렇습니다. 인간에게는 상황에 따라 슬픔·고통·절망과 같은 비극적 감정이 역으로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너무 어이가 없을 때 웃음이 나오는 것과 같은 역설적인 정서가 그것이지요. 그러니까 (1)의 비유는 그런 심리를 눈(차면서도 포근하게 느껴지는)을 통해 적절히 표현한 것입니다. 그러나 (2)의 “솜털 같은 눈”은 눈이 솜털 같은 것이 아니라 바로 솜털이기 때문에 틀린 직유입니다. 그리고 “굳센 나무줄기”라면 그 굵기가 상당하기 때문에 빗줄기의 굵기로는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어 우리에게 거부감을 주는 서툰 직유입니다. 만약 나무줄기가 아니라 나뭇가지였으면 그렇게 과장되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터입니다.
이와 같이, 어떤 용어를 개념적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는 시 창작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개념적 인식을 실제적 인식으로 바꾸어놓는 형태로, 사례 연구의 형태로 서술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도 상당량의 전문적인 용어가 나옵니다만, 그러나 그 용어 하나하나에 지나치게 정신을 소비할 필요가 없습니다. 중요한 용어에는 충분한 설명이 되어 있고, 사례 연구를 통해 반복되므로 저절로 이해가 될 수 있습니다. 아니,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해도 큰 문제가 될 것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보기로 든 작품의 이해이기 때문입니다.
넷째, 초보자의 경우,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읽는 것이 좋습니다. 즉, 초판의 서문(책머리에)을 읽지 말고, 곧장 시적 언술과 대상에 대한 개괄적 검토(① 시적 표현의 이해 ② 대상과 인식 과정)→시적 언술의 특성과 구조의 검토(③ 시적 묘사~⑥ 진술의 구조와 시점)→의도와 실제, 과정의 검토(⑩ 의도적 의미와 실제)를 읽은 다음에, 시적 언술 속의 주요 요소의 검토(⑦ 시와 화자~⑨ 시의 구조와 행·연)를 읽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순서대로,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소설처럼 한번 읽고, 그리고는 스스로 따지고 싶은 부분만을 검토해보시기 바랍니다.
1993. 정월, 저자


[책머리에]

말 하나하나의 저 밑에서 나는
나의 탄생에 참석한다.
- 알랭 보스케

① 이 책은 시작법, 그러니까 시 창작을 돕기 위한 이론서의 하나이다. 전반적인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책을 위한 나의 ‘의도적 체계’를 간략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시적 언술과 대상 인식에 대한 개괄적 검토
1) 시적 표현의 이해
2) 대상과 인식 과정
시적 언술의 특성과 구조의 검토
3) 시적 묘사
4) 묘사의 구조와 시점
5) 시적 진술
6) 진술의 구조와 시점
시적 언술 속의 주요 요소의 검토
7) 시와 화자
8) 비유와 활용
9) 시의 구조와 행·연(行·聯) 의도와 실제, 과정의 검토
10) 의도적 의미와 실제

그리고 이 책은 ‘사례 연구case study’와 ‘시적 언술의 특성에 관한 연구’를 결합한 형태이다. 그런 연유로 유사한 다른 이론서와는 달리, 이 책은 연역적이 아닌 귀납적인 접근 방법을 밑바닥에 깔고 있다.

② 사례 연구, 특히 시로서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 습작기의 작품에 관한 사례 연구의 필요성은 나에게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있었는데, 그 까닭은 내가 대학과 교외의 시 창작 강좌를 약 10년간 담당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위와 같은 경험은 습작기의 작품들은 그것들 나름대로 유형화의 가능성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물론 유형화할 수 있다면, 그런 표현이나 사고를 유형화하여 보여줌으로써 비시적인 표현이나 사고의 혼란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으리라는 가정의 만만찮은 유혹 때문이었다. 그런 유혹 또는 욕망의 첫 번째 결과가 「시적 표현의 이해」 「대상과 인식 과정」이다. 앞의 것은 시에 관한 이해의 부족으로 생겨나는 바람직하지 못한 관습적 표현의 갖가지 유형의 검토이며 뒤의 것은 대상을 인식하는 과정 또는 관점에서 드러나는 몇몇 유형의 검토이다. 그러니까 위의 두 글은 시적 표현과 대상의 접근에 대한 시 창작에서 가장 기초적이고 전반적인, 그런 문제를 노출시키는 데 있는 셈이다. 유형화만으로써 해결할 수 없는 보다 구체적인 사례 연구는 시적 언술의 특성 속에 비교 연구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③ 나는 이 책에서 시적 언술poetic discourse의 특성을 ‘묘사description’와 ‘진술statement’이라는 두 개의 수사학적 용어로 수용하고 있다. 그것은 관찰을 통한 구상화와 관조를 통한 해명, 즉 정서적 등가물을 동원하여 가시화(可視化)하는 언술의 형식form of discourse인 묘사와 등가물의 유무와 관계없이 느낌 또는 깨달음 그 자체를 고백적 선언적으로 가청화(可聽化)하는 진술이라는 형식 속에 시적 언술의 요체가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묘사와 진술의 특성·종류·구조·시점의 연구가 또 다른 주요 부분인 「비유」 「시의 구조와 행·연」과 함께 이 책의 주요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연구는 좋은 작품이든 그렇지 못한 작품이든 개개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시적 언술과 비시적 언술, 그 언술의 유기적 또는 비유기적 관계를 살펴보는 틀과 통로를 마련해준다. 본문에서 옮긴 간단한 예를 하나 보자.

A)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川邊 十錢 均一床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 김종삼, 「掌篇·2」

위와 같은 작품을 독립적으로 관찰할 때는 이 작품의 언술상의 특성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작품과 함께 보라.

B) 그는 아버지의 다리를 잡고 개새끼 건방진 자식 하며
비틀거리며 아버지의 샤쓰를 찢어발기고 아버지는 주먹을
휘둘러 그의 얼굴을 내리쳤지만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또 눈알을 부라리며 이 씨발놈아 비겁한 놈아 하며
아버지의 팔을 꺾었고 아버지는 겨우 그의 모가지를
문 밖으로 밀쳐냈다 나는 보고만 있었다 그는 신발을 신은 채
마루로 다시 기어 올라 술병을 치켜들고 아버지를 내리
찍으려 할 때 어머니와 큰누나와 작은누나의 비명,
나는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의 땀냄새와 술냄새를 맡으며
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소리 질렀다 죽여버릴 테야
法도 모르는 놈 나는 개처럼 울부짖었다 죽여버릴 테야
별은 안 보이고 갸웃이 열린 문틈으로 사람들의 얼굴이
라일락꽃처럼 반짝였다 나는 또 한번 소리 질렀다
이 동네는 法도 없는 동네냐 法도 없어 法도 그러나
나의 팔은 罪 짓기 싫어 가볍게 떨었다 근처 市場에서
바람이 비린내를 몰아왔다 門 열어두어라 되돌아올
때까지 톡, 톡 물듣는 소리를 지우며 아버지는 말했다
- 이성복, 「어떤 싸움의 記錄」

두 편은 모두 묘사라는 언술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또한 서사적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묘사의 형태이다. 즉, A)는 개괄 묘사, B)는 세밀 묘사이다. 그러므로 위의 두 작품은,

A | B | 비고
언술 형식 | 묘사 | 묘사 | 같음
구조 | 서사적 구조 | 서사적 구조 | 같음
시점 | 고정 시점 | 고정 시점 | 같음
묘사 형태 | 개괄 묘사 | 세밀 묘사 | 다름

과 같은 단 하나의 차이가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는 사실을 추출해낼 수 있다. 그러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사고가 표현의 형태를 어떻게 결정하는가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점을 알고 나서야 다음과 같은 작품에서, 프라이의 용어를 그대로 빌리자면 문학의 실험실laboratory of literature에서 “가르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a-1) 종일 꾸역꾸역 비가 왔다
TV도 나오지 않는 월요일
애인도 찾아오지 않고
장사치만 두엇 왔다
소리 질렀더니 신경질을 냈다
어제 신문을 다시 보고
창밖을 우두커니 보다가
장수라면을 끓여 먹었다 -「라면」

a-2) 느그 아부지는 학이 되앗다
홀로 키운 아들의 묘 위로
학 한 마리 늘상
맴을 돈다고
할무니는
수숫대 같은 손마디에
개구리를 꿰어
축축한 풀잎강 휘적휘적
아들 찾아간다 -「무제」

A)와 같은 시적 언술의 특성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이 두 편에서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본문에 있는 그대로를 여기에 옮겨보면 “위의 두 작품은 개괄 묘사이다. 「라면」에 비해 「무제」가 휠씬 감동을 주는 까닭은 개괄 묘사 자체가 잘되었다는 수사적 차이가 아니다. 사물 또는 세계를 보는 깊이의 차이이다. 「라면」도 수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그렇게 나무랄 데 없다. 그러나 「라면」은 무료한 일상의 하루를 시적 공간에 옮겨놓고 있다. 그러니까 그 시적 공간은 무료함을 나타내는 그것, 단지 그것뿐이다. 「무제」는 할머니의 사랑을 볼 수 있는 특정 정황을 개괄 묘사로 가시화한다. 아들의 묘 위를 맴도는 학 한 마리를 아들로 믿고 개구리 잡아 꿰어 들고 젖은 풀밭을 질러가는 어머니, 그것은 바로 사랑의 실체, 그것의 가시화이다. 이와 같은 사실의 감지 또는 분별 능력이 얼마나 있느냐가, 아니 얼마를 체득하고 있느냐가, 개괄 묘사의 성공 여부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것은 곧 사물에 대한 통찰력을 말해주기 때문이다”라는 점이다. 즉, 형태상으로 나타나 있는 개괄 묘사라는 표현의 양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또는 바슐라르식으로 말하자면 세계를 사는, 살아내는 자의 사고에 있음을 따로 이야기할 수 있다.

④ 이와 같이, 장르적 특성을 형성하고 있는 언술의 전반적인 검토가 있은 이후면 아래와 같은 시적 언술 속에 연루되어 있는 비유, 시적 화자, 시의 구조와 시행 등을 자연스럽게 고찰할 수가 있다.

비유 | 시행과 리듬 | 화자
A | 비유 없는 축어적 묘사 | 의미 중시의 일반적 시행 | 숨은 화자
B | 직유, 인용적 묘사(욕질) | 양행 걸침을 이용한 파격 | 드러난 화자
a-1 | 비유 없는 축어적 묘사 | 의미 중시의 일반적 시행 | 숨은 화자
a-2 | 은유(풀잎강),인용적 묘사 | 의미 중시의 일반적 시행 | 숨은 화자

물론 위의 표는 비교·분석·검토의 방향 제시이다. 그리고 또한 종국적으로 모든 사례는 유형화 혹은 체계화를 거부하는 면이 있으므로 각각의 사례는 임의의 체계 속에서 개별적으로 탐구될 수밖에 없다.

⑤ 이 책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단순히 시적 언술의 연구나 사례 연구에만 머물러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점은 비유, 시의 구조와 행·연에 관한 연구가 어느 정도 말해주리라 믿는다. 이와 같은 연구는 언술의 특성 연구와 마찬가지로 사례를 통한 시의 이해, 사례를 통한 시 창작의 이해라는 이중의 목적을 두고 추구되었기 때문이다.
「의도적 의미와 실제」를 따로 이 책의 끝에 둔 것은 작품의 의도적·실제적·해석적 의미의 관계를 이해함으로써 한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일어날 수 있는, 주관적 심리학에 속하는 여러 가지 사고의 함정을 다시 되돌아보고 정리해보자는 것이다.
책의 내용이 의도를 따르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오랜 기간 동안, 자료 수집 및 원고 정리 등등에 힘을 아끼지 않고 도와준 이정은·이종환·조은 세 사람과, 같은 대학에서 시 창작 강좌를 맡고 있으면서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 김혜순 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알랭 보스케의 말로 전한다.

1990년 8월, 남산 밑의 연구실에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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