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0098
· 쪽수 : 278쪽
책 소개
목차
북극인 김철
소년은 어떻게 미로가 되는가
북쪽 침상에 눕다
소년을 위한 사랑의 해석
그림자를 위해 기도하라
그들은 저 북극부엉이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
전갈(Scorpion)의 전문(電文)
떠나는 그 순간부터 기억되는 일
옛사람
해설: 죽음의 유혹에서 다시 삶으로_장경렬
작가의 말: 소행성에서의 글쓰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북극인 김철
김철은 한강철교에 자살을 하러 갔다가, 그보다 앞서 투신한 사내(「그들은 저 북극부엉이에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다」의 ‘은상길’)를 구한 뒤 사라진다. 그는 삼 대째 이어오는 국내 유일의 종자회사를 경영하고 있었으나 다국적 종자 기업의 농간으로 망한 뒤, 아내와 그녀의 내연남, 그리고 부하 직원을 살해한 뒤 쫓기는 몸이다. 이미 해일에 쓸려가 죽은 딸 은지와 북극곰을 만나기 위해 일본행 여객선을 타는데, 그를 쫓는 오재도 형사가 탄 순시선이 다가 오자 갑판에서 사라진다.
“아, 이 무정한 무의미를 어찌할 것인가. 아무것도 아냐. 네 고통은 아무것도 아냐. 어서 돌아가. 어서 가. 꺼져버려. 넌 쓰레기야. 북극인 김철의 귀에는 북극곰의 그런 두서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북극곰 옆에는 북극성이 있을까?”
소년은 어떻게 미로가 되는가
이은파는 연애소설을 쓰고자 하는 작가이지만, 그의 영혼을 지배하는 건 10년 전에 고층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외삼촌 문장규이다. 건축가였던 그와 예술가로서의 정신적 유대로 엮여 있는 것. 아버지는 중국으로 가는 호화 유람선 갑판에서 실종되었고, 어려서부터 이은파를 길러준 건 현재 호스피스 수도원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새어머니이다. 어머니와 외삼촌의 연인이었던 박현아를 만나고 돌아온 이은파는 외삼촌이 남기고 간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자살을 기도하는데, 이때 어머니의 전화로 인해 스마트폰이 반짝인다.
“탐미주의 예술가가 멋진 작품을 만들어내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자부심이라는 게 있다. 때로 그것이 주변을 좀 피곤하게 하거나 괴롭힐지라도 당장은 그야말로 어쩔 수가 없지. 인격을 함양할 시간에 작품을 잘못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욕을 처먹을지라도 아름다운 작품을 토해내는 것이 예술가에게는 남는 장사이고 이 세계에도 훨씬 기여하는 일 아니겠어? 욕을 처먹는 장인이나 욕을 해대는 사람들이나 피차 어차피 죽으면 다 썩어 문드러지니까. 욕을 처먹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요 욕을 한다고 죽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잘못 만든 작품은 이 세계에 두고두고 남아 사기를 치고 수백만 명의 영혼들을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잖아. 예술가의 진짜 범죄는 바로 그 지점에 있는 거야.”
북쪽 침상에 눕다
꿈을 꾸지 못하는 질병을 가지고 있는 남승건은 의료보조기구 회사의 부장으로, 새 연수원 건물을 보러 다니고 있다. 사막의 모래 폭풍 속으로 사라진 아버지 때문에 그는 자신을 “사막 태생”으로 여기는데, 어느 날 바에서 만난 굴지의 무기상 에릭 크립트리와 술을 마시며 ‘선과 악’ ‘비극과 계몽’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다. 연인인 허소정의 전 남편은 툭하면 자살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기는데, 아무려나 그는 소정과 동물원에 갔다가 “무자비하고 가공할 세계의 무게를 더는 감당할 수 없어” 낙타 우리 안으로 뛰어 들어간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풀려난 그에게 (사적으로 고용된) 오재도 형사는 그의 친모가 얼마 전 호스피스 수도원에서 숨졌으며, 그녀가 길렀다는 아들이 작가라는 말을 전한다.
나는 사막 태생이다. 그리고 열세 살 가을, ‘불멸’과 처음 마주쳤다. 그것은 아버지의 낡고 색 바랜 노트 속 그늘진 문장 한 귀퉁이에 파라오의 미라처럼 누워 있었다. 방금, 결국 이렇게 되고 말기까지, 나는 어느 글에서든 불멸이라는 단어를 단 한 차례도 쓰지 않으며 살아왔다. 비웃지 마라. 감히 나 따위가 가질 수 있는 무엇이 아님을 나는 첫눈에 알아차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