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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88932030142
· 쪽수 : 235쪽
책 소개
목차
나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쓰레기와 유령
귀, 안으로의 무한
나의 지옥, 나의 뮤즈
시인은 가라
산 자의 신화
여성, 시하다
여성시와 유령 화자
복수의 몸
책 뒤에-한사코 사이에 있으려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귀는 어머니의 자궁 속의 산도처럼 나선 달팽이형으로 구부러져 있다. 시는 그 깊은 것, 앞으로 무한한, 여성적인 것이 말을 하게 한다. 아무것도 없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말을 하게 한다. 그것의 말을 듣고 있으면 정서는 더 집중되고, 감정은 더 짙어지고, 이미지는 더 높은 곳으로 상승한다. 그것이 공기 중에 파장을 일으킨다. 그러면 몸이 반응한다.
시인에게 귀는 몸의 축소판이자, 몸 자체다. (「귀, 안으로의 무한」)
현실이 없는 시는 없다. 그것의 치환, 병치, 은유, 환유, 회피, 현미경적 접근, 망원경적 접근, 현실의 표면에서 살짝 포를 뜨기, 뼈째 우려내기 등등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현실을 요리할 수밖에 없는 시인의 병적 징후의 터널이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진정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그러한 병적 징후들과 들어맞는 스타일의 느슨한 정합성이 아니던가. 진정성이란 이름을 가진 마을의 골목길에 버려진 토사물들, 쓰레기들, 나의 시들. (「나의 지옥, 나의 뮤즈」)
시인이란 어떤 존재들인가. 그는 현실 속을 달려가는 사람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외줄을 타는 사람이다. 시는 유리보다 투명하게 한 인간의 모든 것을 적나라하게 비추는 매체다. 모방하면 모방을 비추고, 눈 감으면 눈 감은 그를 비추고, 폼 잡으면 폼을 비춘다. 시에는 이 짧은 문장 안에 ‘나’라는 허구를 몽땅 구겨 넣어야 하는 이행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시는 표현의 발명이고, 미학적 현상이다. 부재의 설계도 내지는 투시도를 넘어선 부재의 건축이다.
시는 무엇에 쓸모가 있을까. 세상 모든 것들이 지닌 생과 사의 무게를 슬쩍하여 무중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여성, 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