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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0975
· 쪽수 : 260쪽
책 소개
목차
양의 냄새
새의 시선
사라지는 것들
새들의 길
등불
카일라스를 찾아서
플라톤의 동굴
해설 비참한 생에 신성이 깃들 무렵?이소연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과거는 고정된 시간의 어떤 형태가 아닙니다. 현재의 시선에 의해 끊임없이 변하는 역동적인 생명체입니다. 상상은 과거를 현재와 연결시킴으로써 과거를 역동적인 생명체로 만드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합니다. 상상력이 없으면 과거에 갇혀버리는 거죠. 과거에 갇히면 현재의 시간이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의미 없는 삶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어떤 비정상적인 행위도 의미 없는 삶보다 나으니까요.”
- 「양의 냄새」
고래의 눈동자가 보인다. 눈동자에 그녀가 비친다. 태아처럼 웅크리고 있다. 너를 내 몸 안에 품었을 때, 투명한 꽃 같은 너를 처음 느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한 생명이 또 하나의 생명을 품는다는 것이 그토록 기쁠 줄은 난 몰랐어. 그런데 이제는 네가 나를 품는구나. 하지만 난 너의 몸속에 오래 있을 수 없어. 너는 먼 여행을 떠나야 하니까. 고래의 눈동자에 눈물이 고인다. 눈동자에 비친 그녀의 모습이 흐려진다. 고래는 천천히 물결 아래로 사라진다.
- 「새들의 길」
“이 칼 …… 저에게 맡겨주시면 안 될까요?”
그녀는 칼을 내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왜요?”
“제가 갖고 싶어서요.”
그는 그녀를 물끄러미 보았다. 그녀의 얼굴 속에 아내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아내의 얼굴 너머 투명한 빛이 보였다. 백합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가로수 잎들이 바람에 지던 11월 어느 날, 외출한 아내가 백합 다발을 가득 안고 들어와 눈처럼 흰 화병에 담아 그의 방 창가에 놓았다. 그것이 아내의 마지막 선물임을 그때는 까맣게 몰랐다.
- 「등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