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1064
· 쪽수 : 274쪽
책 소개
목차
매일 건강과 시
11월 30일
언젠가 떠내려가는 집에서
오랜 이별을 생각함
김진희를 몰랐다
492번을 타고
봄의 피안
저수하(樗樹下)에서
해설|기억에 없지만 잊고 싶지 않다는 말 _황예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세번째 일이 앞의 두 일보다 크고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순종해버리고 지나갈 수 없는 일이었다. 대개의, 앞날이나 미래에 관해 짐작하게 하는 일들처럼. 시인이 되겠다거나 누군가의 아내나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한 적은 없지만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그것은 한 명이라도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를 갖고 싶다는 바람같이 혼자 애를 쓴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일은 아닌 모양이었다. 최소한의 반경만을 오가던 그녀는 마흔이 되기 전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B에 관한 마지막 소식은 가장 적절한 순간에 찾아온, 그녀가 한 결심을 부추기려는 속삭임 같았다. 어떤 사람이 죽었다는 소식이 자신에게 그런 힘이 된다는 걸 믿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 이전처럼은 살 수도 없었다. _「매일 건강과 시」
그녀가 듣고 보고 말한 것들. 편지도 시도 아닌 그저 문장 몇 개에 지나지 않았다. 언젠가는 시와 비슷한 것을 쓰게 될 날이 올까. 그런 날이 영영 오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을지 몰랐다. 그것이 길을 잃는 것과 비슷하다면 잠시 한 번 크게 돌아가는 것일 뿐, 살고 있으면 지금보다는 가까이 가 닿게 될 거라고. 그런 말을 해준 사람이 B였는지 누구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저녁이 오고 있는데 모든 것이 희미해지려고 했다. 이 방학의 마지막 순간은 그랬다. 그녀는 돌아서서 나머지 짐을 꾸렸고 그리고 자신이 쓴 그 몇 개의 문장들도 가방에 담았다. _「매일 건강과 시」
우리는 침묵했다. 너는 고개를 더 숙였고 머리카락이 얼굴을 온통 덮어버려서 너는 그 속으로 숨어버린 듯싶었다. 우리는 다시 시장 쪽으로 걸었다. 나는 너의 또래 친구가 될 수 없고 너는 밤의 산책이 언제까지나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지금 우리가 사는 시간이 옳지 않다고. 너도 그 밤에 다 알아버렸을 거다. 그렇지, 진희야. _「김진희를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