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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4546
· 쪽수 : 288쪽
책 소개
목차
이야기의 시작 7
1부 11
2부 129
3부 255
악몽의 끝 27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991년 크리스마스 이브, 소련 붕괴를 이틀 앞두고 정지용은 태어났다. 집안 분위기도 국제 정세 못지않게 어수선했다.
물론 진정한 화젯거리는 정 회장과 은 여사 그리고 그들의 하나뿐인 아들 정지용이었다. 그들과 실제로 만난 사람들은 그들이 너무나도 멀쩡해 보여서 놀랐다. 그들은 멀쩡하게 생겼고, 멀쩡하게 옷을 입었고, 멀쩡하게 말하고 행동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들의 그 지나친 ‘멀쩡함’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뭐랄까, 그들은 영화나 소설에서나 접할 수 있는 상상 속의 ‘부르주아’처럼 행동했다. [……] 완벽하게 상상이며, 가짜이고, 인위적인 존재들이 버젓이 살아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광경은 사람들의 정상적인 사고력을 천천히 무장해제시켰다. 가장 무서운 점은 초대된 사람들 또한 그 가짜 유령들의 일부라는 것이었다. 유령이 벌인 잔치에 초대된 사람들이 유령이 아닐 수 있는가?
이하나는 새삼 루브르의 압도적인 넓이에 감탄했다. 마치 온 세상의 궁전을 합쳐놓은 듯하지 않은가? 그 넓은 궁전은 그림과 조각, 그리고 관광객 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유명한 작품들 앞이면 어김없이 몰려들어 카메라를 들이대는 관광객들을 바라보며 그녀는 작은 의문이 생겼다. 이렇게 무식하고 힘 빠지는 경험을 교양이라 부르는 것인가? 그렇다. 이하나가 처음으로 겪어본 교양 체험이라는 것은 막연한 기대와 달리 지적인 행위보다는 체력 싸움에 가까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