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4997
· 쪽수 : 284쪽
책 소개
목차
서울-북미 간
나이아가라
경옥의 노래
총
밤의 흔적
누가 고양이를 죽였나
생의 바깥에서
백제인
해설 | 제비가 떠난 후·김형중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4월이 되기 전에 한국을 떠냐아 한다고 K는 줄곧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K는 체념이라도 한 양 세상일에 점점 부심해졌다. 그것이 체념보다는 묵인에 가깝다는 사실을 속내로는 번연히 알면서도 말이다. 그렇게 열정이나 희망이라는 말을 잊어버린 대신 어느덧 타협과 권태를 적당히 즐길 줄 아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다. 그런 K에게도 온전한 기쁨이라는 게 있다면 나날이 미루나무처럼 성장하는 딸을 지켜보는 일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조문객의 행렬에 함께 서 있게 되었을 때, K는 불현듯 허파가 뒤집히는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딸의 죽음에 자신이 직접적으로 관계돼 있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었다. 더불어 3백 명이 넘는 여린 생명의 죽음과 실종에도 자신이 깊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K는 치를 떨었다. 섣부른 체념과 방관이, 손쉬운 타협과 무관심이 이다지도 커다란 업이 되어 돌아올 줄 미처 몰랐던 것이다. _ 「서울-북미 간」
하얗게 덮쳐오는 물벼락을 온몸으로 맞으며 나는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그가 즐겨 불었던 슈베르트의 「송어」를 따라 불었다.
「송어」를 되풀이하는 동안 가슴에 화석처럼 각인돼 있던 유년의 풍경들이 다시금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아났다가 거센 물줄기 속으로 흔적 없이 사라져갔다. 더불어 그동안 내 안에서 뜨겁게 숨 쉬고 있던 것들이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몸에서 빠져나가는 느낌이 몰려왔다. 나는 진저리를 치며 입을 앙다물었다. _「나이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