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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035994
· 쪽수 : 416쪽
책 소개
목차
일러두기
나의 어머니
꺼래이
복선이
채색교
적빈
낙오
악부자
정현수
학사
호도
어느 전원의 풍경
광인수기
소독부
일여인
혼명에서
아름다운 노을
주
작품 해설―제도의 구속 안에 머물며 다른 세상을 꿈꾸다 / 서영인
작가 연보
작품 목록
참고 문헌
기획의 말
책속에서
“꺼래이, 꺼래이……”
하는 가장 귀 익은 단어가 화살같이 두 귀에 꽂히는 것을 느꼈습니다. ‘꺼래이’라는 것은 고려라는 말이니 즉 조선 사람을 가리키는 것이었습니다.
‘꺼래이’라는 그 귀 익고 그리운 소리가 그때의 순이들에게는 끝없는 분노를 자아내는 말 같았습니다.
“우리가 지금 웃음거리가 되어 있는 것이로구나. 치움에 못 이겨, 또 아무 죄도 없이 죽음의 길인지 삶의 길인지도 모르고 무슨 까닭에 꾸벅꾸벅 그들의 명령대로만 따르겠느냐.”
라고 순이는 부르짖었습니다.
_「꺼래이」 부분
기운이 진하여 간심을 주지 못하는 벙어리를 앞에 놓고 늙은이 가슴은 어리둥절하였다. 그는 생각다 못하여 얼른 밖으로 나와 물 한 바가지를 솥에 붓고 장 찌꺼기를 조금 부어 김이 나게 끓여서 한 그릇 들고 들어왔다.
벙어리는 팔을 휘저으며 두 눈이 발칵 뒤집혀져서 그 물을 벌떡벌떡 마시고 난 후
“아버바…… 어버버……”
하고 곤두박질을 쳤다. 늙은이는 재치 있게 벙어리 배를 누르며 연방 들여다보며 하는 사이에 철퍼덕 하는 소리와 함께
“으아.”
하며 새빨간 고깃덩어리가 방바닥에 내뿌리듯 떨어졌다.
_「적빈」 부분
그는 정환이가 가르쳐주던 계교가 다시금 생각났다.
“될 수 있는 대로 며느리를 귀히 여기는 척하여 그동안 상했던 사이를 회복시킨 후 이혼만 하면 아들이 돌아온다고 하니, 이혼장에 도장만 찍어 동경으로 보내면 아들이 돌아올 테니 돌아오면 시부모가 잘 회유하여 서로 의가 상합하도록 할 테니 염려 말고 도장만 찍어라. 그리고 너의 친정 부모도 알면 재미없으니 네가 가만히 도장을 찍어가지고 오너라.”
고만 자꾸 꾀던 정환의 얼굴이 떠오르며 몸에 소름이 끼쳤다.
_「어느 전원의 풍경」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