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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가톨릭 > 가톨릭 문학
· ISBN : 9788932113173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씀
《키릴 악셀로드 신부》의 발간을 기뻐하며·5
인간의 한계를 이겨 낸 진정한 승리자·10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오시는 키릴 악셀로드 신부님·13
머리말 - 조금씩 펼쳐지는 신비·16
가장 암울한 때 들려온 소식·24
정통 유대교 랍비 가문·31
적막한 세계에 깃든 평생의 미스터리·36
묵주 사건·49
청각 장애 소년, 성인식을 치르다·56
아름다운 유대교 축제들·71
랍비가 될 수 있을까?·78
힘들었던 한 해·83
새로운 신앙으로의 부름·92
영혼이 꿰찔리는 아픔·102
가톨릭 신자가 된 유대인·116
청각 장애 신학생·123
감동의 사제 서품식·143
바오로 6세 교황님과의 소중한 만남·152
구속주회에 입회하다·162
가톨릭 랍비·172
구속주회 수련자·180
장애에서의 해방 체험·185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에 맞서·195
망막 색소 변성증·204
동남아시아와 중국 선교·215
마카오 청각 장애인들의 꿈·228
사제직을 계속할 수 있을까?·243
예순 번째 생일의 귀향·265
리뷰
책속에서
저는 아버지, 어머니, 메이 이모, 그리고 당시 열아홉 살이던 이모의 딸 뷸라와 함께 상담실로 안내받았습니다. 그때 문이 등 뒤에서 ‘쿵’ 하고 요란하게 닫혔지만 저는 그것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계속 바닥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이에 뷸라는 그 소리에 제가 놀라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의사가, 제가 선천적으로 청각 장애가 심하다며 전혀 듣지 못할 것이라고 부모님에게 말해 주었을 때, 메이 이모가 저를 무릎에 올리고 꼭 안아 주셨습니다.
그때 저는 제 자신이 랍비가 되기를 원한다고 확신했지만, 그 주가 끝나기 이틀 전에 제 꿈은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아브너의 보고를 받은 수석 랍비님이 모세의 율법에 따라 장애인은 랍비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하셨던 것입니다. 사실 장애인은 유대교의 준수 의무를 완전히 면제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오늘날도 유대교는 장애인들의 능력은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율법 해석에는 여전히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브너는 제게 랍비가 될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크게 낙심하여 울면서 밖으로 뛰쳐나왔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그토록 간절히 랍비가 되기를 원했던 것은 요하네스버그에서, 더 나아가 케이프타운과 더반 같은 도시에서 유대인 청각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미사가 끝나고 언덕을 올라가면서 로버트와 저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를 돌아보며 청각 장애인들에게도 신부님이 필요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는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청각 장애인들은 자신들이 소외되었다고 느끼고 있어. 신부님이 수화를 쓸 수 있어야만 그들을 제대로 포용할 수 있을 거야.”
저는 다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내가 신부님이 될 수 있을까?”
그는 몹시 놀란 듯 마구 수화를 했습니다.
“너 미쳤구나! 어떻게 너 같은 정통파 유대인이 가톨릭 사제가 된단 말이야? 가족이 알면 난리가 날 걸.”
붉게 상기된 로버트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습니다. 점차 평정심을 되찾은 그가 말했습니다.
“그래, 결정은 네가 내려야지. 하지만 명심해. 네가 훌륭한 유대인 가족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걸 말이야.”
두 사람 사이에 한참 동안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여정이 시작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