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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88932317847
· 쪽수 : 456쪽
책 소개
목차
스페이드
클럽
조커
다이아몬드
하트
지은이의 말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아테네에서, 아니면 어쨌든 그리스의 어디에선가 우린 엄마를 찾아볼 생각이었다. 엄마를 찾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았고, 또 찾는다 해도 엄마가 우리와 함께 노르웨이로 돌아갈는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노력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도 나도 우리 인생의 나머지를 엄마 없이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견뎌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작은 잔을 들어 화려한 빛깔의 레모네이드를 마셨네. 그 첫 모금이 내 혀끝에 와 닿자마자 황홀의 파도가 나를 덮쳤지. 먼저 내 얼마 안 되는 삶 동안 맛보았던 모든 좋은 맛을 느꼈고, 그러고는 수없이 많은 다른 맛이 내 몸속 곳곳에서 느껴졌다네. 제빵사 한스의 말은 옳았네. 혀끝에서 시작되었지만 곧 나는
딸기와 나무딸기, 사과, 바나나 맛을 발과 팔에서도 느꼈네. 내 작은 손가락 끝에서는 꿀맛을 느꼈고, 발가락에서는 절여놓은 배 맛을, 등에서는 커스터드 맛을 느꼈네. 나는 온몸에서 어머니의 냄새를 느꼈네. 그건 내가 잊어버렸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내내 그리워했던 냄새였네.
“(중략) 이렇게 해서 넌 수십억 번이나 죽음에서 겨우 l밀리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거야, 한스 토마스야. 이 행성에서 너는 해충과 사나운 짐승들, 운석과 벼락, 질병과 전쟁, 홍수와 큰 화재, 독살과 살인 미수의 위협을 받으며 살고 있단다. 30년 전쟁 중 너는 수백 번의 상처를 입었지. 왜냐면 넌 양쪽으로 조상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래, 사실 넌 3세기 후에 태어날 가능성에 대항하여 너 자신과 전쟁을 한 거지.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선량한 노르웨이 사람들이 점령 당한 동안 네 할아버지를 총으로 쏴 죽였더라면 너도 나도 태어날 수 없었을 거야. 중요한 건 이것이 역사가 흐르면서 수십억 번이나 일어났다는 것이다. 화살이 공중으로 날아갈 때마다 네가 태어날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곤 했지. 하지만 너는 지금 여기 앉아서 나와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한스 토마스야. 이해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