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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러시아소설
· ISBN : 9788932404660
· 쪽수 : 676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주
해설 - 삶의 문학으로의 승화: 불멸의 꿈꾸기
판본 소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연보
리뷰
책속에서
이 사막에는 나보다 먼저, 이미 6세기 전에 마르코 폴로가 거쳐 갔던 고대의 길의 흔적-돌담불 표지-이 보존되어 있었다. 나는 티베트 협곡에서 우리의 최초 순례자들을 놀라게 했던 북소리 비슷한 흥미로운 울림을 들었을 뿐만 아니라, 모래 폭풍이 부는 사막에서는 마르코 폴로가 보고 들은 것-“옆으로 유인하는 악령의 속삭임”, 기이하게 반짝이는 공기 사이로 끝없이 맞부딪히며 지나가는 회오리바람, 유령들의 카라반과 군대들, 형체 없이 사람에게 몰려와 그를 투과하고는 홀연 산산이 흩어지는 수천 혼령의 얼굴들-을 똑같이 보고 들었다. 1320년대 위대한 탐험가가 죽어 가고 있을 때 친구들은 그의 침상에 모여 그에게, 그의 책의 기록 중 그들로서는 황당무계해 보이는 부분을 부정해 달라고-합리적으로 삭제함으로써 기적 부분을 축소하자고-간청했다. 하지만 그는 실제 목격한 것 중 채 절반도 말하지 않았노라 응수했다.
여름 아침이 내게-단지 나만을 위한 걸까?-선사한 이 모든 선물을 난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 미래의 책을 위해 남겨 둘까? 아니면 실용적 지침서 ‘행복해지는 법’의 집필을 위해 즉각 사용할까? 아니면 보다 심오하고, 보다 주도면밀하게 접근할까? 이 모든 것 뒤에, 연기(演技)와, 광휘와, 나뭇잎의 진한 초록빛 분장 뒤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파악해 볼까? 분명 뭔가가 있지 않은가, 뭔가가 있다!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싶지만 감사할 대상이 없다. 이미 받은 기증품 목록만 해도 ‘미지의 인물’로부터 1만 일(日)이다.
물론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러시아를 벗어나 사는 것이 좀 더 쉽답니다, 제가 돌아갈 것임을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첫째, 러시아의 열쇠를 가져왔기 때문이고요, 둘째, 백 년 후든, 2백 년 후든 언제가 되든 상관없이, 저는 제 책들 안에서, 하다못해 연구자들의 행간 각주 안에서라도 그곳에서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