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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일랜드소설
· ISBN : 9788932404769
· 쪽수 : 476쪽
책 소개
목차
1부 릴리퍼트로의 항해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2부 브롭딩낵으로의 항해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3부 라퓨타, 발니바비, 럭낵, 글럽덥드립 그리고 일본으로의 항해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4부 후이늠국으로의 항해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11장 12장
주
해설 길 떠나는 걸리버: 환상 여행과 풍자문학
판본 소개
조너선 스위프트 연보
리뷰
책속에서
나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등을 대고 누워 있는 상태에서 팔다리가 양쪽으로 땅바닥에 단단하게 결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길고 두꺼운 내 머리카락 역시 같은 방식으로 땅바닥에 묶여 있었다. 마찬가지로 여러 개의 가는 끈이 내 겨드랑이부터 허벅지까지 가로지르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나는 단지 위쪽만 볼 수 있었다. 해는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했고, 빛이 눈을 찔렀다.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내가 처한 자세로는 하늘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이 나라에서 배은망덕은 사형에 처해지는 중죄이며, 몇몇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이 문헌에 나와 있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제대로 보답하지 않는 사람은 그것이 누구든지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공공의 적임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런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고백하자면, 우리의 무역, 바다와 육지에서의 전쟁, 종교 분파와 정당을 이야기할 때 조국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마음에 좀 지나치게 떠벌리며 얘기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왕은 그가 받은 편파적인 교육의 영향이 너무 컸던 탓인지 그만 참지 못하고 나를 오른손에 올려놓은 채 왼손으로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었다. 그리곤 한바탕 웃은 뒤 내가 휘그당인지 아니면 토리당인지를 묻는 것이었다. 그는 왕실 군함의 주 돛대만큼 큰 하얀 지팡이를 들고 그의 뒤에 서 있던 국무총리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나처럼 작디작은 벌레가 흉내 낼 수 있는 인간의 위엄이란 얼마나 하잘것없는 것인가라고. 이어 왕은 말했다. 하지만 내가 감히 판단하건대, 이러한 존재들도 모두 각각의 신분과 명예를 지닐 테고, 자신들이 집과 도시라고 부르는 작은 둥우리와 굴을 만들어 낼 것이다. 그들도 드레스와 마차로 잘났다고 뽐내겠지. 그들도 사랑하고, 그들도 다투고, 그들도 논쟁하고, 그들도 사기치고, 그들도 배신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