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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아프리카소설
· ISBN : 9788932404776
· 쪽수 : 308쪽
책 소개
목차
제1부 귀환 : 1991년 가을
이사
완만한 우회
카스바
제2부 사랑, 글쓰기 : 한 달 뒤
방문객
겨울 일기
청소년
제3부 실종 : 1993년 9월
드리스
마리즈
나지아
주
해설: 아시아 제바르의 삶과 『프랑스어의 실종』이 제기하는 문제들
판본 소개
아시아 제바르 연보
리뷰
책속에서
베르칸은 파리 교외로 이민을 간 지 20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50세가 거의 다 되었지만 그보다 열 살은 젊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이 늙었다는 느낌, 아니 차라리 지쳐 버렸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창 나이인데도 지쳤다는 느낌이다. 오는 12월 13일이 생일이지만 그는 꼼짝 않고 바다 앞에 있을 터이고, 아무도 그의 생일을 축하해 주지 않으리라. 그의 고향에서는 ‘생일’을 축하하지 않는다. 예전에 할머니는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프랑스 사람들만이 생일 파티를 하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니란다, 아무렴.” “그럼, 왜?” 아이가 물었다. “마호메트께서 보호하사, 그렇게 하면 불행이 찾아오거든!” 다른 여자가 말했다. 그러니까 꼭 늙었다는 것은 아니고, 지친 것도 노쇠한 것도 아닌데, 이런 느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미래가 없다’는 느낌?
우리의 내밀한 말들, 그 말들의 어지러운 소리들을 당신은 그저 음악 소리처럼 듣곤 했소. 우리의 관능이 타오르는 그 순간 당신이 내 모국어로 말할 수 없어서 내가 슬퍼하던 일을 당신은 기억할 거요! 우리가 하나되던 그 절정의 순간이면, 마치 내 어린 시절이 되살아나서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내 사투리가 당신을 집어삼키려는 것 같았다오.
마리즈-마를리즈, 당신과의 이별 때문에, 그리고 귀향의 긴장감 속에서 내 사랑은 지금 부풀어 오르고 있소. 동시에 바라던 것이었지만 감당하기 너무 힘든 이 결핍 속에서 당신을 향한 내 욕망은 밀물처럼 고조되고 있다오…….
이따금 이러한 고통이나 욕구 불만 속에 잠드는 밤이면,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설명할 수 없지만 진하고 괴이한 꿈, 이미지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육체의 불만과 복부, 거의 하복부의 불편함을 야기하는 악몽 끝에 소스라치며 눈을 뜨고 깨어난다오. 기억은 엉망이 되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 또 때로는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채 말이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시아 제바르는 가족과의 관계에서 가장 먼저 아랍어를 배웠고, 프랑스 학교에 다니면서 프랑스어를 배웠다. 구어인 아랍어와 문어인 프랑스어, 피지배자의 언어와 지배자의 언어라는 대립적인 두 언어 공간의 경계에 자리 잡게 된 아시아 제바르가 글쓰기의 언어로 선택한 것은 프랑스어였다. 아시아 제바르에게 프랑스어는 “무궁무진한 보물을 선사해 준” 언어이고, “세상의 다채로운 광경을 보는 틈새”로 작용했지만, 아시아 제바르가 아무리 모국어처럼 프랑스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그녀에게 프랑스어는 여전히 ‘그들’의 언어이며 근본적으로 ‘외부의 언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프랑스어로는 표현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사랑과 관련하여 내밀한 속내를 표현하는 데는 프랑스어가 아랍어를 대체하기가 힘들다. 결국 프랑스어는 “내 마음속에서 꿈틀대는 감정을 조금이라도 표현하려 하면, 내가 배우고 썼던 말이 내 앞에서 멀어져” 가는 경험을 아시아 제바르에게 안겨주었다. 그녀는 프랑스어가 일종의 ‘가면’ 같은 언어인 반면에 모국어인 아랍어는 ‘동질감’을 확인시켜 주는 언어임을 확인한바 있다. 아시아 제바르는 이러한 경험을 베르칸에게 투영한다. -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