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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전 한국소설
· ISBN : 9788932471495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 해설 : 비판의 정신과 구도의 치밀성 / 권영민
충매화 (蟲媒花)
초혼곡 (招魂曲)
바닷가에서
면허장
꺼삐딴 리
곽서방
남궁박사
모르모트의 반응
제3자
- 후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흥 그 사마귀 같은 일본놈들 틈에서도 살았고, 닥싸귀 같은 로스케 속에서도 살아났는데, 양키라고 다를까…… 혁명이 일겠으면 일구, 나라가 바뀌겠으면 바뀌구, 아직 이 이인국의 살 구멍은 막히지 않았다. 나보다 얼마든지 날뛰던 놈들도 있는데, 나쯤이야…….) - 200쪽 중에서
언제 종자 개량을 해보았던가. 새로운 농작물을 시험 재배해 보았던가. 꽤 까다롭게 한다는 축이, 겨우 이른봄이면 옆의 섬까지 배를 타고 가서 종자를 바꾸어 오는 일 정도였다. 그나 그뿐인가, 상처가 나면 장덩이를 붙이고, 배가 아프면 풀뿌리를 달여먹고, 고뿔 정도는 억지로 참아가며 날짜를 보내면 되었다. 맹장염이든 복막염이든 위궤양이든 몸을 땅에 붙이지 못하게 앓다가 죽어도 다 속탈이나 속병 한마디로 단정했었고, 결핵이든 늑막염이든 고질이 되게 몇 해고 누워 신음해도 가슴앓이로 통했다. 병세가 위독하여, 다 글러질 무렵에야 억지로 빚을 얻어 큰 섬 한방의를 찾아가거나 육지에 있는 도립병원으로 끌고 간댔자 이미 승패가 날 무렵, 기적이 없는 한 송장으로 돌아오게 마련이었다. 그저 하늘을 믿고 땅을 의지하고만 살아왔었다. 어쩌면 그것이 아쉬운 대로 무식이 태평이라는 식의 안이한 평화였는지도 몰랐다. - 230쪽 중에서
자기를 둘러싸고, 자기에게 야유나 멸시의 눈총을 보내는 모든 사람들을 증오하고, 결국은 자기 이외의 사회적인 인간 관계의 모든 것이 적같이 느껴지는 순간, 그는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증오가 급격히 치밀어 대외적인 적의가 그대로 자기 자신에 대한 학대로 변하고, 그것이 또다시 죽음에 대한 반발로 급변하는 미묘한 심리의 움직임을 어떤 이론적 근거에서보다도 체험의 과정에서 의식하는 것이었다. - 47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