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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관/박물관/미술기행
· ISBN : 9788932472416
· 쪽수 : 312쪽
책 소개
목차
머리말
제1장 성 베드로 성당의 지붕을 얹은 미켈란젤로
피에타
모세
천지창조
최후의 심판
제2장 판테온에 잠든 사랑스러운 라파엘로
판테온에 잠들다
아테네 학당과 초상화들
제3장 콘타렐리 예배당에 미친 존재감을 남긴 카라바조
로마라는 도시
성스러움과 속됨을 넘나들며
제4장 나보나 광장에서 만난 베르니니와 보로미니
이 남자, 베르니니
그 남자, 보로미니
나보나 광장에서 마주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의 말에 따르면 조각이란 돌 속에 숨겨져 있는 누군가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행위라 한다. 훌륭한 요리사가 조리법만큼이나 재료 자체에 집착하듯 미켈란젤로 역시 자신이 조각할 대리석을 고르는 데 매우 깐깐하게 굴었다. 대리석을 납품해 줄 상인들은 얼마든지 많았다. 돈만 지불하면 카라라에서 대리석을 채취하는 일에서부터 운송과 통관에 걸친 복잡한 절차들을 로마에 앉아서도 얼마든지 힘들이지 않고 해치울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켈란젤로는 자신이 쓸 대리석을 직접 고르기 위해 로마에서 2백 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카라라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대리석을 고르느라 채석장에 머무르며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보냈다.
오늘날까지도 「발다키노」 하면 으레 베르니니 한 사람의 이름만이 거론되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땀을 흘려 가며 자신의 손과 발이 되어 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잊는다면 제 아무리 위대한 작품이라 할지라도 단지 피상적인 아름다움만을 전해 주는 데에 그치고 만다. 성 베드로 성당 한가운데 독불장군처럼 우뚝 서 있는 「발다키노」를 바라볼 때마다 영혼을 파고드는 숭고함을 느끼기에 앞서 바벨탑을 세워 신이 있는 곳까지 도달하려 했다던 인간들의 오만함이 먼저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인지도 모른다.
첫 사랑을 만나고, 부부의 연을 맺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광장은 물리적인 공간 그 이상의 존재이다. 우리가 그토록 연연해하는 것은 어떤 장소가 아니라 그곳에 남겨진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추억인 것이다. 얄팍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소중한 추억이 깃든 공간을 다짜고짜 허물어 버리는 일을 자처하려는 파렴치한은 그리 많지 않기에 사람들이 남겨 두고 간 모래알 같은 추억들을 고스란히 주워 담으며 광장은 이제껏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