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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32473246
· 쪽수 : 351쪽
책 소개
목차
1. 헤세의 방랑
가을이 오면
발코니의 여인
여행에 대하여
구비오
베른 고지대의 오두막에서
고향
다리
물의 동화
눈의 호사
귀향
여행하는 아시아인
동아시아에 대하여
산길
농가
시골로의 귀환
2. 헤세, 그리고 사랑
사랑의 제물
첫 경험
사랑
소나타
한 젊은이의 편지
얼음 위에서
마을
3. 헤세가 본 사람들
안과에서
행상인
어릿광대
처형
희귀본
크뇔게 박사의 최후
니나와의 재회
침대에서 신문 읽기
눈부신 겨울날
꿈
『클라인과 바그너』 중에서
4. 헤세의 생각
무위에 대하여 - 예술가의 건강법
어느 공산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짧게 쓴 자서전 중에서
헤세의 편지 중에서
수영 선수가 될 뻔한 하루
『황야의 늑대』 중에서
『요양객』 중에서
나무
두 번째 고향
나비의 아름다움
불꽃놀이
부치지 못한 편지(어느 여가수에게)
『싯다르타』 중에서
후기
사진 출처
리뷰
책속에서
지금(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는 몇 년에 한 번은 반드시 했던 일인데), 다시 한 번 칼브로 가서, 소년 시절 수천 번이나 낚싯대를 드리웠던 그 다리 난간에 십오 분 동안 걸터앉아 있게 된다면, 이 경험이 나에게 이토록 아름답고 이토록 인상적이었구나, 또다시 가슴이 저밀 만큼 깊고 기이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그 느낌, 한때 고향을 가졌었다는, 그 느낌! 한때 나는 세상의 어느 작은 장소에 있는 모든 집들과 모든 창들과 그 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한때 나는 이 세상의 어느 특정 장소와 연결되어 있었다. 뿌리와 생명으로 자신의 장소와 연결되어 있는 한 그루 나무처럼.
과거보다 더욱 풍부해진 목소리로, 수백 배나 더 충만한 뉘앙스로 나에게 말을 건다. 이제 나는 그리움에 잔뜩 취한 나머지 나만의 꿈의 색채로 베일에 싸인 먼 나라를 덧칠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 내 눈동자는 거기 있는 사물 자체의 모습에 만족한다. 보는 법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러자 세계는 예전보다 더욱 아름다워졌다.
세계는 더욱 아름다워졌다. 나는 혼자지만, 혼자라는 사실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나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소망하지 않는다. 가만히 누워, 햇빛에 온몸이 빨갛게 익도록 내버려 둘 뿐이다. 익을 대로 익어서 성숙해지기를 열망할 뿐이다. 나는 죽음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날 준비 또한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