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일본문화
· ISBN : 9788932474137
· 쪽수 : 416쪽
책 소개
목차
감사의 말 루스 베네딕트 / 서문 이안 부루마 / 옮긴이의 말 김윤식·오인석 / 제1장 연구 과제 ? 일본 / 제2장 전쟁 중의 일본인 / 제3장 각자 알맞은 위치 갖기 / 제4장 메이지유신 / 제5장 과거와 세상에 빚을 진 사람 / 제6장 만분의 일의 은혜 갚음 / 제7장 기리처럼 쓰라린 것은 없다 / 제8장 오명을 씻는다 / 제9장 인정의 세계 / 제10장 덕의 딜레마 / 제11장 자기 수양 / 제12장 어린아이는 배운다 / 제13장 패전 후의 일본인 / 해설 죄의 문화와 수치 문화 이광규
리뷰
책속에서
전문가는 때로 융통성 없는 편협한 견해를 고집하기 쉽다. 또한 새로운 발전이나 아이디어가 자신의 전문 지식을 위협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 태평양전쟁 이전에 주일 대사로 도쿄에 머물렀던 조지프 그루(Joseph Grew)는, 일본인들은 본질적으로 불합리한 민족이며 따라서 결코 민주주의에 적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베네딕트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이런 인종적·문화적 편견에 철저히 저항했다는 점이다. 그녀는 무엇보다 열린 마음으로 자신의 연구에 임했다.
일본이 문호를 개방한 이래 75년간, 일본인에 대해 쓴 모든 저작물에는, 일찍이 세계 어느 국민에게도 쓰인 적이 없는 ‘그러나 또한(but also)’이라는 기괴한 표현이 자주 나온다. 정직한 관찰자가 일본인 이외의 다른 국민에 관해 기술할 때 만약 그 나라 국민이 유례없이 예의 바르다면, “그러나 또한 그들은 불손하며 건방지다”라고 덧붙이지는 않는다. 어떤 국민이 너무나 고루하다면, “그러나 또한 그들은 새로운 일에도 쉽게 순응한다”라고 덧붙이지는 않는다. 또 어떤 국민이 유순하다면, “그러나 또한 그들은 상부의 통제에 좀처럼 따르지 않는다”라고 설명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충실하고 관대하다면, “그러나 또한 그들은 불충실하며 간악하다”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 그들이 참으로 용감하다면, 겁쟁이임을 부연해서 설명하지는 않는다.
현대 일본에서 자살은 봉건시대의 역사물에 나오는 자살에 비해 더욱 자학적이다. 이런 이야기 속의 사무라이는 명예롭지 못한 처형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공적 명령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근대에 자살은 죽음의 선택이다. 사람은 때때로 다른 사람을 살해하는 대신 자기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다. 봉건시대에는 용기와 결단의 최후 표명이었던 자살 행위가 오늘날에는 스스로 선택한 자기 파멸이 되었다. 최근 오륙십 년간, 일본인은 ‘세상이 뒤집어졌다’고 느꼈을 때, ‘방정식의 양변’이 맞지 않는다고 느꼈을 때, 더러움을 씻어 내기 위해 ‘아침 목욕’이 필요하다고 느꼈을 때, 타인을 해치는 대신 스스로를 해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