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1. 비밀의 필요성
2. 개인에 대한 존중
3. 비밀의 고백
4. 정신 치료와 비밀
5. 결혼 생활과 비밀
6. 하나님의 비밀

주

이제 두 사람은 상대방을 판단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그 판단을 비밀로 간직하고자 하는 유혹을 받는다. 사실 상대방을 화나게 하는 주제들이 있다. 그래서 좋은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면 그러한 주제들을 말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여기게 된다. 아내는 남편에게 지난 기억들을 말하기를 주저한다.

자신과 친정 부모의 관계가 약간 틀어진 것에 대해 남편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그것이 자신의 고백 때문에 더 강화되지 않을까 하고 두려워 하는 것이다. 이제 이 부부는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혹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항상 모든 것을 말하자고 한 약속을 깨뜨리기 시작한다.

그들은 자기 속으로 움츠러들어서 평범하고 비인격적인 사실들만을 말한다. 그들은 서로에게 타인이 되어 간다. 어느 가정에서나 그러한 숨김의 행위가 일어난다. 또 프란시스와 그녀의 엄마처럼, 상대방이 너무 많이 캐물으면 화를 낸다.

"도대체 뭐가 문제예요? 당신은 왜 그렇게 숨기려고만 드는 거죠? 당신은 내게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군요. 이제 나를 사랑하지 않나요? 난 당신이 내게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아니오, 당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요. 난 당신에게 아무것도 숨기는 것이 없소."

불편한 마음은 결국 천둥 번개가 치는 듯한 감정의 폭발로 발전하게 된다. 그것은 분명 괴로운 사건이지만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 성공적인 결혼 생활이란 갈등이 전혀 없는 생활이 아니라 갈등이 유용한 목적을 달성해 주는 생활이다. 화가 나면 오래 전에 털어놓았어야 할 사실을 과장된 방식으로 갑작스럽고도 무자비하게 말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부부가 함께 영화를 보고 집으로 오는 도중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며, 아주 간단하지만 진정한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다. 이 때 비로소 그 동안 막혔던 둑이 무너져 내린다. 단 한 번의 폭발에 의해서가 아니라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서서히 일어나는 균열에 의해서 말이다. - 본문 97~99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