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글쓰기

발간사

제1장 인간 가치와 정치 변화
오에 겐자부로 l 우리는 나지막이 나지막이 움직이기 시작해야 한다
김우창 l 정치와 휴머니즘
토론 1 - 김병익 l '적과 동지'에서 '합의와 동의로'
토론 2 - 조정래 l '평화를 위한 글쓰기'는 작가의 의무이자 숙명

제2장 문학과 보편적 인간 가치
르 클레지오 l 문학과 보편적 인간 가치
유종호 l 글 읽기의 현장
루이스 세풀베다 l 문학과 보편적 인간 가치
황석영 l 저항하면서 함께 변화하기
토론 1 - 김인환 l 문학과 보편적 인간 가치
토론 2 - 이인성 l '문학과 보편적 인간 가치' 논의에 대한 질문

제3장 한국적 평화 전통의 이상
티보 메라이 l 기억과 고통, 의심 그리고 희망
백낙청 l 한반도에서 화해와 평화 찾기
현기영 l 기억 투쟁으로서의 문학
토론 1 - 최동호 l 한국의 현실과 한국적 평화 전통의 모색
토론 2 - 정두희 l '한국적 평화 전통의 이상'에 대한 논평문

제4장 동아시아 국제 질서의 이상
하스미 시게히코 l 빨강의 유혹
복거일 l 동아시아의 이상적 질서
토론 1 - 김종길 l 동이사이 국제 질서의 이상
토론 2 - 임지현 l 평화의 혼돈, 질서의 유혹

제5장 힘의 질서와 인간 가치 : 독재, 전쟁 그리고 평화
볼프 비어만 l 가기 어려운 길들
고은 l 평화, 폭력 그리고 문학
오르한 파묵 l 교통, 종교 그리고 '우리'
오정희 l 내 안에 드리운 전쟁의 그림자
토론 1 - 성석제 l 힘의 질서와 인간 가치
토론 2 - 공지영 l 여성적으로 생각하기, 여성적으로 글쓰기

제6장 영구평화의 이상
로버트 하스 l 영구평화의 이상
최장집 l 한반도 평화의 조건
토론 1 - 황동규 l 영구평화의 이상과 형실
토론 2 - 김원일 l 영구평화의 이상

제7장 비서구 사회와 근대성
베이다오 l 근대성과 시골쥐
황지우 l 근대적인 것의 붉은 반점
김연수 l 시계, 역사, 개인의 운명
토론 1 - 권영민 l 비서구 사회와 근대성
토론 2 - 황종연 l 대안적 근대를 위한 물음

제8장 평화와 차별 : 성, 인종, 종교
응구기 와 시옹오 l 평화를 위한 글쓰기
조은 l 침묵에 말 걸기
마거릿 드래블 l 평화와 차이
김승희 l 성 차별과 휴전선 아래서
토론 1 - 임철우 l 평화와 차별
토론 2 - 심윤경 l 평화와 차별

제9장 서구 근대성의 다양성
마사오 미요시 l 대학, 우주, 세계 그리고 '세계화'
김광규 l 서구 근대성과의 만남
에를링 키텔센 l 관점 열기
최윤 l 근대성이라는 다양성의 딜레마
토론 1 - 도정일 l 서구 근대성의 다양성
토론 2 - 문희경 l 새로운 보편성과 지식의 패러다임

제10장 동아시아 지역의 공동 문화의 과거와 미래
모옌 l 개성이 없다면 곧 공통성도 없다
박이문 l 어떤 글쓰기가 평화를 위한 것인가
최원식 l 동아시아 공동어의 구축을 우하여
토론 1 - 정재서 l 모옌, 최원식, 박이문 선생님의 논고에 대한 토론문
토론 2 - 최재철 l 발전적 동아시아 문화 연대를 위한 글 주고받기

제11장 기술 변화와 소통의 세계화
장 보드리야르 l 네트워크의 정신적 분산
김성곤 l 문화 텍스트로서의 영화
로버트 쿠버 l 하이퍼미디어 문학과 케이브
김영하 l 쓰나미, 쿤데라, 카프카, 그리고 몇 가지 생각들
토론 1 - 정과리 l 현대 문명으로부터의 기괴한 감정
토론 2 - 김경욱 l 테크놀로지의 발달고 소통에 대한 환상

제12장 환경, 지속 가능한 경제 발전 그리고 문학
게린 스나이더 l 자연에 대하여 벌이는 전쟁과 작가들
장회익 l 과학과 문학에 반영된 환경문제
베라 갈락티오노바 l 새로운 문학의 주인공
토론 1 - 오세영 l 새로운 문명사의 건설을 모색하며
토론 2 - 최승호 l 몇 가지 질문

제13장 빈곤과 세계의 계층화
토마스 브루시히 l 오늘의 빈곤과 전쟁
공선옥 l 세계화 시대의 가난한 작가
토론 1 - 신경숙 l 빈곤의 정체들
토론 2 - 최인석 l 빈곤과 세계의 계층화

부록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취지문
서울평화선언

내가 노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대립하는 요소들과 모순되는 양극 사이의 긴장 관계를 그대로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는 것은, 조국인 일본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인식과 두려움 때문이다. 여전히 아시아 여러 나라들과의 화해가 요원하고 많은 수의 정치인들이 전쟁 포기를 선언한 일본 헌법 9조를 제거하려는 가운데, 나는 작년부터 일본을 민주주의와 평화주의 국가로 갱생하려는 의지인 이 헌법을 수호하고자 '9조의 모임'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을 통해 나는 여전히 많은 수의 일본인들이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고, '평화에 대해 쓰는 것'을 통해 그 평화의 의미를 심화시키려는 사람들의 출현을 장려하는 것이 내 노년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 오에 겐자부로

1950-80년대 이스탄불에서 교통법규를 무시하는 행위 저변에는 밀려 들어오는 서양 세계에 대항하여 과거의 세계를 지속시키려는 '우리끼리'의 민족주이 정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에게는 여전히 서양인을 동경하고 그렇게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예상되는 모든 전쟁 가능성이 영구적으로 제거되는 '영구적 평화'는 단순히 미국의 군국주의만이 아니라, 이와 같은 서양 세계 밖의 과격한 민족주의 즉, '우리주의적 분노'로 인해 실현 불가능해진다. - 오르한 파묵

오늘날 하나의 고정관념처럼 상투화된 '평화'의 의미는 모든 지역을 일률적으로 통제하는 전체주의가 아니라, 각 지역과 나라마다의 다양한 정체성이 낳은 삶의 문화이다. 그러나 고대 서사 문학의 정전들을 기점으로 하여 전쟁의 폭력성과 영웅주의는 끊임없이 신성화되어 왔고, 이는 역설적으로 평화적 탐구의 필요성을 심화한다. 그러므로 문학은 평화는 정적인 것이라는 통념 속에서 전쟁의 청소부 역할에 머물 것이 아니라, 지난 해 미국 전역에서 일어난 시인들의 반전 평화운동과 같이 전쟁과 폭력에 정면으로 맞서는, 생명현상으로서 그 실천적 역량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 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