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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34105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하바롭스크의 밤
만화경
똥
네 개의 눈
팸
타워
아주 작은 세계
Keep going
작가의 말
작품 해설: 더 작은 세계를 위하여(박혜진)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이 나왔다. 참나무 우듬지의 까마귀 둥지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흔들렸다가 제자리를 찾았다. 바람이 잔잔한 날에도 이곳만큼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네 사람의 옷깃이 바람 방향에 따라 좌우로 흔들렸다. 피 냄새가 났다. 이 일대는 늑대의 늪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 붉은 숲으로 불렸다. 혁명에 실패한 자들이 수십 명씩 이곳으로 끌려와 죽었고 그 이후로 숲의 한가운데서 떨어지는 눈송이를 보면 붉게 보인다는 이유에서였다.
―「하바롭스크의 밤」에서
“그 남자가 유령이었군요.” 내가 말했다.
“그 남자는 자살한 피해자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록된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그와 나눈 대화, 그가 내뿜던 담배 연기, 그가 던진 공을 받아 낸 손목의 느낌만큼은 적어도 진짜입니다.” 야구공을 쥔 규호 씨는 손목을 뒤로 젖혔다가 앞으로 꺾었다. 공은 그의 손을 떠나지 않았다. 가상의 허공으로 던져진 공이 내 앞에 놓였다.
“그날 이후로 저는 달라졌습니다. 사실보다는 느낌이 중요한 세계가 있다는 걸 알았으니까요.”
―「타워」에서
구드욘센과 덕도 입주를 고려했다. 주택 임대료 상승분을 융통할 수 없다는 게 직접적인 사유였지만 그보다 근본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대화 중에 합일감을 느꼈는데 이 세계에서는 그 감정을 유지하며 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더 작은 세계가 그것이 가능한 최선의 세계라고 믿었다. 구드욘센은 며칠 전 화장실 청소 중 만났던 리처드 박사의 말을 덕에게 전했다. “최소한의 크기로 최대의 행복이라니, 이곳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아주 작은 세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