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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한국문학론 > 한국시론
· ISBN : 9788937443541
· 쪽수 : 380쪽
책 소개
목차
『횡단』을 다시 펴내며 4
초판본 책머리에 8
1부 횡단 17
말한다는 것, 그리고 쓴다는 것 19
시론 1 25
시론 2 34
시는 미지의 언어 44
시는 쓰일 수 없는 시의 징후이다 51
소통되지 않는 시간과 공간들의 이상한 집합 59
두 개의 비유 65
고양이가 나를 훔쳤어요 73
우리에겐 더 많은 분산과 상극, 고립이 필요하다 78
우리는 영원히 미끄러진다 81
2부 횡선 87
1950년대 초현실주의의 운명 89
우리는, 투명한 자들은, 더 멀리 나아갈 것이다 109
미래파를 위하여 117
비로소 모든 뚜껑을 열고 148
한국 아방가르드 시의 계보에 대한 노트 182
3부 횡보 201
직선을 그을 수 있는 무한 203
누가 비누를 보았는가 217
빈 과일 바구니를 뜯어 먹는 벌레의 꿈 229
죽음놀이, 질문하지 않는 방식 244
잠들지 못하는 세계의 눈 265
4부 선회 271
흙냄새를 맡으며 비스킷을 273
뼈 없는 뿔 277
상처와 꽃 281
‘그것’의 불가능성 287
눈먼 시계 수리공 303
관점이 소멸하는 곳에 토끼는 있다 310
얼굴에 대한 참회 319
5부 횡렬 325
미의 침입 327
빌보케의 장난 337
선은 인간을 깨운다 352
나는 늘 자신으로부터 달아난다 361
발표지면 370
찾아보기 373
저자소개
책속에서
『횡단』은 부드럽지 않다. 다시 읽어 보아도 억센 글이다. 무엇을 찾으려 했다기보다 버리려 했던 쪽이고, 시가 무엇인지 생각하기보다는 그 무엇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한 것이 다. 할 수만 있다면 시의 갑옷을 벗어 버리고, 시에 대한 생각 에서 멀어져 시를 생각해 보려 한 책이다. 모여 있는 글들이 각각 다른 동작을 하면서도 시의 비무장지대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보여 주는 까닭이다.
-‘펴내며’에서
소용이 없다. 소용이 없이 이루어지고 다시 소용없는 것으로 회복된다. 너는 이러한 종류의 순수한 타락에 들러붙어 있다. 이 타락을 설명할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유리되어 있다. 모든 것이 동시적이다. 한 무리의 열렬한 부재가 뚫고 지나가는 벽을 너는 지금 보고 있다. 관통된 벽, 너는 그것을 쓴다. 그것을 만든다. 쓰는 것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것이다. 만드는 것으로 이해의 길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너는 너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관련을 만드는 데 너 자신을 남용하고 있다. 어둠인지 빛인지 알 수 없는 세계의 번쩍거림이 네 안에서 번들거리는 파편들을 명령하지만 너는 그 명령을 자극할 뿐 부르지 않는다. 너를 무관하게 만드는,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위하여 너는 존재하는 것이다. 쓴다는 것, 그것은 볼 수 없는 것이다.
-‘말한다는 것, 그리고 쓴다는 것’에서
시를 쓰는 일은 무엇을 원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일이다. 혹은 무엇을 원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 일이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눈앞에 펼쳐지는 시간과 공간, 사물들, 현실의 이름들을 거부하고 그것들로부터 멀어지기를 계속해야 한다. 그들과의 밀착에서 벗어나야 하고, 그들과의 사이에 틈을 만들어야 한다. 일종의 공황 상태다. 의식은 무력증을 드러내고, 두뇌는 기능을 잃는 듯이 여겨진다. 지각, 감각, 기억, 연상 등은 활성화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급속히 둔화되어야 한다. 정신이 무장해제되는 것, 바로 이것이 시의 토대이다.
-‘시론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