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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73210
· 쪽수 : 176쪽
책 소개
목차
1장 7
2장 49
3장 109
작가의 말 169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쟤가 항도여중에 다니던 박인희라고, 누군가 일러 주었다. 3년 사이에 인희는 우리 시의 여학생들 사이에서, 정확히 말하자면 특정한 부류의 아이들 사이에서 유명한 인물이 된 모양이었다. 당시 인기를 끌던 가수들처럼 칼머리를 하고 커다란 옷을 입고 건들거리며 돌아다니는 아이들. 나도 그 아이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내가 다닌 중학교에도 그런 아이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들은 ‘이반’이라고 불렸다. 당시에 난 레즈비언이라는 말을 몰랐다. 하지만 이반이라는 말은 잘 알고 있었다. 여자끼리 사귀는 아이들은 전부 이반이라고 불렸다.
저런 애들 때문에 진짜 동성애자인 아이들이 피해를 입는다고 규인은 말했다. 동성애자들에 대해 편견을 만들고 이미지를 흐려 놓는다고. 중학교 때 친한 친구가 ‘진짜 동성애자’였다고 했다. 규인은 인희 같은 애들이 진짜 동성애자가 아니라 유행에 따라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다. 뭔가 남과 다른 걸 하고 싶고, 관심을 끌고 싶고, 우쭐해하려고 그러는 거라고 말이다. 칼머리, 힙합 바지, 그런 게 그 표시였다.
그녀는 다시 뒤로 물러났다.
“근데 너 눈이 진짜 땡그랗다.”
그러고는 주위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 꼭 토끼 닮지 않았냐? 맞지?”
이상하게 뭐라고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그러고 나서 연습이 시작되었는데 그날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쪽을 향해 앉아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조금 전 그녀의 말과 행동이 계속해서 재생되었다. 얘 꼭 토끼 닮지 않았냐. 얘 꼭 토끼 닮지 않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