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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쫓는 스파이

달을 쫓는 스파이

방현희 (지은이)
  |  
민음사
2008-11-07
  |  
11,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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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쫓는 스파이

책 정보

· 제목 : 달을 쫓는 스파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82175
· 쪽수 : 320쪽

책 소개

<바빌론 특급우편> <동냥그릇>의 작가 방현희의 두 번째 장편소설. 박물관 학예관들의 사랑과 야망, 암투를 중심으로, 만주 지역의 광개토대왕릉 도굴 사건에서부터 일본을 오간 삼국시대의 첩자 가마다 이야기까지 그리고 있다.

목차

스파이의 키스는 달콤하다
아침의 왕 게임
슬픈 첩자
나의 황새
그녀의 흉터
뉴욕, 까마귀들의 편지
첩자 부리기
당신의 구파발
나의 달팽이
당신의 치미
당신의 추
나의 토마토
전략가들
도둑 사랑
그녀와의 ‘생크 아 세트(cinq ? sept)’
첩자 가마다
치미의 경로
용마의 여자
먼지의 무게
그들의 더플 백
우연히 사람이 되었어도
그녀는 절름발이, 춤추는 여자
신을 모독하는 법
미야코지마, 그녀의 바다
음모자
고와(古瓦)
땅따먹기
가마다의 최후
그녀, 겨울냉면
끝나지 않는 제의
해 질 무렵, 그녀의 미야코지마

작가의 말
작품 해설
사랑과 욕망의 고고학_ 허윤진(문학평론가)

저자소개

방현희 (지은이)    정보 더보기
『동서문학』에 「새홀리기」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로 제1회 『문학│판』 장편소설상을 받았으며, 이후 단편소설집 『바빌론 특급우편』, 『로스트 인 서울』, 『타오르다』, 장편소설 『네 가지 비밀과 한 가지 거짓말』, 『달을 쫓는 스파이』, 『세상에서 가장 사소한 복수』 등을 썼다. 장편소설 『불운과 친해지는 법』은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BOOK TO FILM에 선정되었고, 단편소설 「내 마지막 공랭식 포르쉐」로 2018년 이상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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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아쉽지만 그는 젖가슴을 놓고 리모컨을 누르며 바지를 주워 들었다. 뉴스 화면이 열리자마자 여자 앵커의 높은 목소리가 귓바퀴 안으로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만주 지역 광개토왕릉의 벽화로 추정되는 작품이 도굴당한 뒤, 확인되지 않은 경로로 고구려박물관에 소장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를 확인한 중국 당국은 벽화 네 점과 같은 고분에서 도굴된 것으로 보이는 와당 세 점을 반환하라는 요청을 해 왔습니다.”
현중은 바지를 꿰다 말고 뉴스에 눈을 들이댔다. 앵커 옆 작은 창에 희미하게 찍힌 사진이 이내 화면 하나 가득 커다랗게 잡혔다. 그의 가슴은 순간 크게 한 번 뛰고 멈추는 듯싶었다. 뒤늦게 조르게를 처형하는 총소리가 울리고 방 안 가득 화약 냄새가 번졌다. 그는 화약 냄새를 피해 별안간 멀고먼 중국의 벌판을 벌거벗은 채 달렸다. (…) 그는 벌거벗은 몸을 가릴 바지를 꿰지 못한 채 엉거주춤 화면에 못 박히고 말았다.
“당국은 도굴품이 박물관에 소장된 동기를 확인하기 위해 자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화면에는 벽화 조각 네 점이 연이어 비쳤다. 차일을 친 높은 가마와 그 앞뒤로 늘어선 길디긴 행렬이 화면을 가득 메웠다. 신분 높은 자의 행차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연구원들 모두 얼마나 환호했던지! 그가 떨리는 눈을 들어 다시 화면을 바라보니 이제는 벽화가 있던 방의 천장을 덮고 있던 커다란 기와를 차례로 보여 주고 있었다. 흙먼지 두꺼운 어두컴컴한 무덤 속에서 처음 그것들을 보았을 때처럼 가슴이 뛰었다.
일본식 처형은 언제나 순간적으로 사람을 얼어붙게 만든다. 조르게는 스무 발의 총탄을 목에 맞았다. 눈부시게 빛나는 하얀 자갈에 쏟아진 피는 도로 튕겨서 점점이 날아올랐다. 튀어 오르는 선혈 사이로 목이 덜렁거리는 사체가 툭 넘어진다. 핏방울은 이내 자갈 속으로 스며들지 않는다. 한참 동안 핏방울은 천지 사이에서 제멋대로 날아다닌다. 그는 제 얼굴에 그 핏방울이 끼얹히는 것만 같았다. ― 본문 10~12쪽 중에서


첩자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다시 돌아온다. 자신의 목적을 입으로 발설하지 않는 과묵성, 행동으로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는 신중성,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위한 애국심. (…) 작업을 마치기 전에 그는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했다. ‘장물이 버젓이 박물관에’라는 제목으로 뉴스가 떠 있었고, 그 아래 누군가의 블로그가 올라와 있었다. ― 본문 26~27쪽 중에서


“고구려박물관 유물 말입니다. 위품이라고 하셨습니까?"
그거였구나. 심장이 멎을 듯했다. 손도 얼굴도 몸도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입을 여니 목구멍에서 가느다란 피리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래, 자세히 보니 모조품이더라고.”
“그게 사실입니까? 어딜 봐서 그렇단 말입니까? 하도 궁금하기도 하고 정말 보고 싶기도 해서 며칠 전에 보고 왔는데 그거, 진품입니다. 우리가 발굴했던 바로 그거라고요. 보관 상태도 아주 훌륭하고, 손상된 부분조차 하나 없더라고요."
승기가 독하게 쏘아보았다. 승기는 이미 내막을 짐작하고 있고 그렇다는 것을 확실히 전하려 했다. 현중은 그게 말이지, 나도 처음에는 진품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깎인면을 보니, 어쩌고 하면서 어물쩍 변명을 하려 했지만 승기는 그의 말을 끊어 버렸다.
“선배님, 그거 진품 확실합니다. 재감정해야 할 겁니다.”
승기 뒤통수에 대고 그는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말했다. 돌판을 깎은 연장이 의심스러웠어. 와당도 최근에 만들어진 게 역력했고. 위작 판정을 내린 근거로 만들어 둔 거짓말을 다 듣지도 않고 승기는 나가 버렸다. ― 본문 275~276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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